준비 부족한 매장 속속 개장, 관리할 방법 없어

지역 내 생산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이른바 ‘로컬푸드’가 화두로 떠오르며, 익산 지역에도 ‘로컬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로컬푸드’가 철저한 준비과정 없이 매장만 들어서고, 시 조례 제정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관리체계가 없어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컬푸드는 경제 세계화에 이은 먹거리의 세계화로 국내 농업과 먹거리가 대규모 외국 시장에 종속되기 시작하고, 지역소비를 위한 먹거리는 생산이 줄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다. 생산자는 소규모 다품목의 계획 생산으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당일 출하해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생산정보의 제공으로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을 나누며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나아가 지역경제 순환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로컬푸드 매장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기본 구조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과정과 전문성을 갖춘 시스템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손익관계 때문에 준비가 미비된 매장들이 익산 지역에서 속속 문을 열고 있다.

13일 기준, 익산 지역에 ‘로컬푸드’라는 간판을 걸고 개장한 매장만 6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매장 중에는 3~4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철저한 시스템을 구축해 농가와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매장도 있으나, 생산자와의 주문 생산 시스템이나 소비자 판로 확보도 되지 않은 채 개장한 매장도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로컬푸드의 취지에 맞지 않고, 신뢰를 기초로 하는 유통 구조를 뒤흔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서는 로컬푸드의 생산·가공·유통·소비의 효율적인 조직화를 위해 통합센터를 설립·운영할 수 있으며, 농식품 유통단계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통합마케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로컬푸드 인증과 관련해 기준 신청·표시·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전라북도 차원에서 일괄 정한다는 이유로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통합센터 설립·운영 조항은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시·군 통합적으로 도에서 인증에 관한 협의안이 나와 있는 상태다. 확정이 되면 그에 따라 관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 9월 26일 농가와 매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증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달 중으로 의견 수렴을 마치고 올해 안에 전문가 점검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인증제에 관한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시에서 별다른 관리 대책이 없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매장의 운영주체가 자발적으로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산의 모 매장 관계자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완주군의 경우, 지속적인 농가교육과 행·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현재 익산의 매장들은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의 지원을 요청하려 해도 통로 자체가 없다. 보다 적극적인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의 관계자는 “농가도, 매장도, 시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매장이든지 지역 농가를 살리고 지역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기본 취지를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