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규 원사

“생명의 은인이신 군인 한 분을 찾습니다.”

지난 18일 국방부 민원실에 위와 같은 제목의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전주시에 거주하는 나 모(32) 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부터 자신을 구해 준 군인을 찾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보낸 서신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육군부사관학교 관리자반 학생지도부사관 이서규 원사(52). 이 원사는 지난 1일 저녁 7시 30경 전주시 완주군 봉동읍의 한 신호 교차로에서 발생한 승용차와 1톤 트럭 간의 추돌사고를 목격했다. 양 쪽 차량 모두 반파된 대형 교통사고였다.

왕복 6차선의 대형 도로 한 복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였기에 언제든지 2·3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원사는 즉시 119 구급대에 신고한 후, 사고차량으로 접근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두 환자 모두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 원사는 부서진 차 문을 뜯어내고 환자 두 명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척추 손상이 의심되는 트럭 운전자는 의식을 깨워 다친 부위를 정확히 확인한 후에 적절한 ‘환자 도수 운반법’을 이용, 안전하게 옮기는 침착함을 발휘했다. 간단한 응급처치도 잊지 않았다. 

 두 환자를 옮긴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마주 달려오던 차량이 사고 잔해물들을 들이받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 원사의 신속한 조치가 없었다면 추가 사고로 인해 두 환자의 생명이 위험했을 상황이었다.

이 원사는 추가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도로 한 복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차량 통제까지 실시하며 환자들이 무사히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이 원사의 선행을 알게 된 승용차 운전자 나 씨는 국방부 민원실로 보낸 편지를 통해 “당시 이 원사님의 신속한 도움이 없었다면 뒤이어 벌어진 2차 사고로 인해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은인을 꼭 찾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각박한 세상에 이런 참 군인이 있기에 너무 고맙고 행복하며, 이 원사님의 희생정신을 통해 군인들을 다시 보게 됐다. 이처럼 투철한 군인정신을 지닌 분들 덕분에 우리 국민들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사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구해야겠다고 판단했고, 군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당시 두 환자분이 무사하게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민원실로 접수된 서신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육군부사관학교(학교장 신만택 소장)는 군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진정한 용기를 발휘한 이 원사를 포상 및 격려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