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모현동 배산택지지구에 ‘롯데슈퍼’ 가맹점이 문을 열며 또다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장악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이 앞으로는 상생발전을 내세우면서 신규 상권 장악에는 교묘히 규제를 피해 진출하고 있는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대기업의 상생발전 노력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제와 협의 등 법률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역 골목상권을 황폐화시키고 자본의 역외 유출을 심화하는 SSM의 규제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모현동 배산택지지구 신규 상업지역에만 두 곳의 SSM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기습적으로 개점하며 잡음을 일으켰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바로 옆 건물에 지난달 28일 개점한 ‘롯데슈퍼’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로써 인근 반경 1km 내 모현동 지역에만 하나로마트를 포함해 4곳의 SSM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을 비롯한 지역 소상공인 측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입장이다.

대기업이 교묘하게 법률과 조례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기습적으로 입점하거나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제도를 피하기 위해 ‘가맹점’ 형태로 진출하기 때문에 정작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조정제도는 중소기업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경쟁력 불균형에 따라 중소기업에 미치는 심각한 경영상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법령에 따라 상생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실질적인 규제와 중소상공인 보호에는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기습 개점 논란이 일 당시 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 측에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1년여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4일 완료된 사업조정 내용을 보면 지역 상권 보호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조정 사항은 크게 추가 인력 고용 시 사업조정 신청 대표자(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가 추천하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뽑을 것과 2만원 이상 시에만 배달 가능, 전단지 배포 행사 년 4회 이하, 익산 지역 내 신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출점 시 해당 영세 상인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비 부담 등이다.

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 전창남 조합장은 “회사 방침이라면서 1년 동안 시간을 끌더니 결국 손에 쥔 것도 없고 마땅히 기댈 곳도 없이 끝나 허무하다”며 “대기업이 기존 상권이 아닌 신규 상권에 눈독을 들이고 기습적으로 개점하면 막을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새롭게 개점한 ‘롯데슈퍼’의 경우는 가맹점 형태로 개업했기 때문에 사업조정 신청 대상도 되지 않았다. 현행 법률에서는 업체 지분의 51%이상을 대기업이 소유했을 경우에만 사업조정 신청 대상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조정을 피하기 위해 가맹점 형태로 출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이런 경우 다수의 SSM이 출점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전창남 조합장은 “현재 가맹점도 제한할 수 있는 유통상생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언제 법이 통과 될지도 묘연하고 실질적으로 무제한 입점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영세 상인들이 대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모현동 배산지구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아파트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상권에 대한 기대를 품고 빚을 내서 입점했는데 1년 새 SSM이 2곳이나 동네에 들어서니 한숨만 나온다”며 “가맹점이라고 해도 대기업 로고를 그대로 쓰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완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