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친환경 브랜드란 판매, 농가소득 향상”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대표이사 이문용)이 친환경 인증 사육농가와 손잡고 고품질 친환경 계란 유통사업에 진출한 가운데, 대한양계협회(회장 이준동)를 비롯한 한국계란유통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추진위원회 등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림은 지난달 27일 친환경농가 인증을 받은 22개 사육농가로부터 공급받은 무항생제 계란을 자사의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인 ‘자연실록’ 브랜드로 판매한다고 밝히고, 이달 2일부터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이마트,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서 본격 시판에 나섰다.

하림의 자연실록 계란은 22개 친환경인증을 받은 사육농가가 생산한 계란을 집하장에서 납품받아 선별 및 포장 후 하림의 물류망을 통해 대형거래처에 납품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양계협회는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통해 “하림은 계열사인 ‘올품’ 도계장을 지을 때도 수출만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국내 시판이 되고 있는 것처럼 계란 유통만 하겠다는 것도 거짓”이라며 “육계, 양돈, 계란 모든 축종을 다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며 농가와 중·소상인은 종속관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양계협회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치자 하림 측도 즉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하림 측은 “친환경 농가들은 좋은 계란을 생산하고도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계란을 요구하고 있어 하림이 가교 역할을 맡는 것”이라며 “닭고기 시장에서 쌓은 하림의 브랜드 신뢰를 통해 좋은 계란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림은 계열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닭고기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앞장섰으며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했다. 또한 ‘국내 시판은 전혀 하지 않고 수출만 하겠다고 했다’는 양계협회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올품’은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을 계획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친환경 인증 농장의 경우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거래처 확보와 유통 시스템 미비,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일반란 또는 판란으로 유통돼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림은 육계사업을 통해 축적한 사양관리 경험들을 농가와 공유하며 시장 신뢰를 높여 브랜드란으로 판매함으로써 농가의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양계협회를 비롯해 영세 유통업체와 산란계 농가들은 하림의 계란 유통사업 진출로 인한 타격과 종속화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익산 지역에는 약 10개의 업체가 계란 유통사업을 하고 있고, 2개의 산란계 농가에서 약 23만수 정도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다.

익산에서 계란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계란유통협회 전북지부 박운이 지부장은 “전북, 특히 익산지역의 업체로서 하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갈수록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란 유통분야에 대한 하림의 진출은 영세 유통업체의 상권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큰 마진 없이 하루하루 겨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하림 같은 대기업의 브랜드란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버텨낼 수 없다. 영세한 산란계 농가들도 당장은 아니지만,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폐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익산의 한 산란계 농가의 농장주도 “하림의 계란 유통사업 진출 소식을 듣고 의욕이 사라졌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의 신사업영업 담당 김우식 상무는 “일부 생산자 단체에서 사육농가가 회사와 종속관계로 만들어 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이미 풀무원이나 CJ, 오뚜기 등의 기업들도 계란 유통사업에 나서고 있는데, 유독 하림에 대해서만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다”며 “대한양계협회 측에 유통사업만 하고 농가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공문을 보냈다. 농가와 회사, 유통업체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는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채란농가와 육계농가, 계란유통협회 등 5,000명은 양계농가 생존권을 위협하는 하림의 계란 유통업 진출 반대와 하림의 사육·사료·유통 분야 시장 독과점화로 농가 생존권 대책 수립, 일정규모 이상 축산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도록 명시한 ‘축산법 제27조’ 부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