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학교현장 상담공백 불가피.. ‘학생’ 중심 원칙은 어디에

전라북도교육청이 지난 5일 실직위기에 놓인 Wee클래스 전문상담사들에 대한 대책을 내놨으나, 그 시점이 모호해 사회적 논란을 모면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도교육청은 Wee클래스 전문상담사 운영 사업이 올해로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담임교사와 정규직인 전문상담교사 중심으로 학생 상담활동을 강화하고, 계약이 만료된 전문상담사에 대해서는 지역교육청 소속 Wee센터에 상담인력 추가 배치가 필요할 경우 추경예산에 반영해 공개채용방식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도교육청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표와 전문상담사 대표를 만나 이와 같은 잠정적인 대책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상담사 사업 종료로 인한 학교상담업무 차질 우려에 대해 “학교는 교사가 중심이 된 교육공동체 운용이라는 도교육청의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 전문상담사가 아닌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학생상담과 관련한 교육공동체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폭력 및 학생상담·치유 업무에 있어서 안정적인 지위의 상담교사가 맡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는 도교육청의 방침은, 정규직 상담 교사의 충원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의 공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필요에 따라 공개채용을 하겠다는 방침은 또 다른 학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추가 배치가 필요한 경우’라는 입장 자체가 기준이 모호하고 추가 수요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공개채용방식으로 선발된 상담인력의 지위도 정규직이 아닌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익산에는 공립과 사립학교를 포함해 Wee클래스에 총 16명의 비정규직 전문상담사와 9명의 정규직 전문상담교사가 근무하고 있고 Wee센터에는 2명의 전문상담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익산지역 초등학교 60개교, 중학교 26개교, 고등학교 18개교의 학생들의 상담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산의 한 전문상담사는 “당장 학교 현장에서 큰 공백이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요즘 아이들이 내년에도 같이 할 수 있는지를 물어올 때마다, 대답하기가 힘들어 난감하고 미안하다. 대부분 이제서야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아이들이다. 과중한 업무를 담당하는 담임교사나 턱없이 부족한 숫자의 상담교사만으로는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현재 전문상담사를 대상으로 전문상담 인력풀을 구축해 Wee클래스를 포함한 각 급 학교에서 외부전문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내하기로 했으며, 이와 관련한 예산을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규직 상담교사만으로 학생 상담 업무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인력풀을 구축한다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언제든 필요한 경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담 인력을 충원할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정해진 기간 안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비정규직을 만들어 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인성건강과 윤택 과장은 “학교의 교사 중심으로 상담업무를 강화할 예정이다. 기간이 만료된 전문상담사 중 상담교사 자격증 보유자들은 기간제 교사로 채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추가 공개채용과 관련해 내년 본예산에 반영된 내용은 없다. 필요한 경우 내년 추경예산에 반영하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규직 전문상담교사의 정원 충원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계획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라고 답했다.

결국 계약이 만료돼 근무를 할 수 없는 비정규직 전문상담사들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그대로 남게 됐다. 정규직 전문상담교사의 충원도 미지수고, 전문상담사의 추가 채용도 반영된 예산이 없어 당장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익산의 한 전문상담사는 “단기간 내지 시간제로 상담업무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이가 어떤 표정인지, 오늘은 누구 옆에 앉았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항상 지켜봐야 하는 업무는 짧은 시간에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항상 지켜보지 않고, 순회 또는 외부 상담으로는 절대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들이 우선’, ‘학생이 중심’이라고 외치던 전라북도교육청의 입장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