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의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TV가 없는데도 수신료를 부과하고 과·오납에 대한 업무 처리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 구멍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중동에 살고 있는 고 모 씨가 운영하는 매장에는 TV가 없다. TV 수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수신료 청구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달 전기요금 청구서에 포함된 TV 수신료 항목을 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TV 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 씨는 매장 리모델링을 위해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은 물론 일체의 집기까지 모두 들어내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 매장을 텅 비웠기 때문에 이유 없이 부과된 수신료에 대한 청구 이유를 한전 측에 문의했지만,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부당하게 납부된 두 달 분의 수신료를 환급해 달라”는 고 씨의 주장에 한전 측은 “전기요금 청구서 뒷면에 TV 수상기 이전 또는 대수 변경시에는 2주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와 있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 이미 납부한 수신료를 환급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 TV 없는 경우, 시민들 수신료 면제 방법 몰라

문제는 시민들이 이 같은 경우 수신료 면제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KBS나 한전 홈페이지 모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BS의 수신료 안내 페이지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 맨 아랫부분에 작은 글씨로 나타나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또한 한전 홈페이지에는 수신료 관련 항목만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자주 묻는 질문 란에 직접 검색해야 한다.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청구서도 마찬가지다. 청구서에는 수신료 액수와 KBS의 수신료 문의 콜센터 번호 등이 명시돼 있지만, TV 수상기와 관련된 내용은 뒷면에 작게 표시돼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자동이체가 일상화된 요즘은 시선을 끌지 못한다.

이에 KBS와 한전이 수신료 등록이나 납부 면제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며 연신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KBS 전주방송총국 재원관리팀 관계자도 “주택용 전력사용량이 월 50킬로와트 미만인 세대가 소지한 수상기나 월 전력사용량이 0킬로와트인 경우에 당해 영업장소에 설치된 수상기는 수신료 납부를 면제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 신고를 하지 않으면 기존 부과된 수신료가 승계돼 자동으로 부과된다. 실제로 이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신료가 과·오납된 경우 환급이 가능한지, 환급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KBS와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위탁징수를 하는 한전 측은 주먹구구식으로 업무 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관계자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수신료가 부당하게 징수된 기간 동안 TV 수상기가 있었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개별 사건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환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명백히 환급을 악용하는 사례가 아니라면 3~6개월 정도는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고 씨는 한전 측에 문의했을 때와는 달리, KBS 전주방송총국 수신료 사업지사로 문의해 바로 환급을 받았다.

◇ 인두세처럼 여겨지는 TV 수신료, 근거는?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 수상기(이하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 수신료(이하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상기에 대해서는 그 등록을 면제하거나 수신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1999년 수신료 부과에 관한 위헌소원 판결에서 “공사의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는 자가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자가 부과 대상이므로 실제 방송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다는 점, 그 금액이 공사의 텔레비전 방송의 수신정도와 관계없이 정액으로 정해져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를 공사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나 수익자부담금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TV 수신료는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의 시청료와 같이 계약에 따른 시청대가로 내는 ‘사용료’나 ‘수수료’와 달리, TV 수상기를 소지한 국민 모두에게 부과되는 공적부담금인 셈이다.
또한 제67조 제2항에서는 “공사는 수상기의 생산자·판매인·수입판매인 또는 공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상기의 등록업무 및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방송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에서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4년 10월부터 TV 수신료 징수업무를 한국전력이 위탁해 담당하고 있다. 수신료 징수를 한전에 위탁하고 전기요금 청구서에 수신료를 통합 부과·징수하는 것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에서 2007년 9월 대법원은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은 합헌”이며, “전기요금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할 것인지는 수탁자인 한전의 재량”이라고 판시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