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 입장 표명했던 익산경찰.. 수사기록 열람 기록도 없어

“과학수사가 아니라 가학수사다.”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경찰들과 당신들, 정말 다를 게 하나도 없네요. 잠잠해질 때까지 잠수 타다가 조용해지면 그 때 나오면 되겠지.. 국민들이 끝까지 보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송년 특집 방송 후, 익산경찰서(서장 나유인)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사상황 재검토를 촉구하는 항의성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일하겠습니다’라는 홈페이지의 인사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 2000년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과 관련해, 당시 가혹행위 등 가학수사의 정황과 더불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방송을 본 시민들이 강력하게 익산경찰서의 수사상황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는 것.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했다. 40대 택시기사가 칼에 찔려 무참하게 피살됐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익산경찰서는 처음에 다방 배달일을 하던 15세의 최 군을 목격자로 조사해 범인의 몽타주까지 확보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3일 후 최 군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최 군은 10년형을 선고 받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미 지난 6월 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979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내보내 전국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익산경찰서가 들썩인 적이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일관되지 않은 최 군의 진술, 빈약한 증거, 들어맞지 않는 사건 정황, 2003년 군산경찰서가 검거했다는 또 다른 피의자 등 사건의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항의글로 익산경찰서의 게시판이 폭주해 마비가 될 정도였다.

이에 익산경찰서는 바로 다음날인 16일 “수사기관의 협박 및 폭력이 있었다는 당시 피의자의 주장 및 방송사의 수사미진에 대한 이의에 대해, 보다 엄격하고 충실하게 당시 수사상황을 재검토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는 송년 특집으로 약촌 오거리 사건을 다시 다뤘다. 방송에서 10년을 복역하고 나온 최 군은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폭력과 협박 등 가학행위에 의한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했고, 제작진은 택시 ‘타코미터’의 기록, 구체적인 사건 정황을 정확히 자백했다는 또 다른 피의자, 이 피의자를 검거했던 형사의 진술,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당시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최 군의 살인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의혹투성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29일 실시된 전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가혹행위 등 강압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이라는 내용이 담긴 자료가 제출됐다.

그러나 방송에서 최 군의 재심청구를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던 익산경찰서는 이후 한 번도 최 군을 만나지 않았으며,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한 기록도 전혀 없다. 기록을 안 본 상태에서 무슨 조사를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전화 통화를 통해 “당시 수사상황을 재검토하려면 수사기록 열람은 기본이고 최 군을 포함한 당시 관련자들의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 어떻게든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명확히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산경찰서 나유인 서장은 “국정감사에서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자료가 제출됐다. 내부적으로 재검토를 했고, 이후 법원의 재심청구 결과를 존중해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초 최 군의 담당 변호사가 한 재심청구는, 현재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