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관광지조성 목적 잃고 결국 피해자 양산.. 뒷짐 진 시 행정
부과한 지체상금도 못 받을 공산 커.. 새 투자자 협의 난항 예상
익산시, “새 사업자 나타나면 계속 추진”.. 현실적인 대책은 없어

지난 13일 베어리버골프장 기업회생안이 부결되면서 웅포관광지(3지구) 조성사업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에 그 동안 웅포관관개발(회장 김승학)에 대한 광범위한 특혜 시비가 일었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온 익산시에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다.

결국 익산시가 약속했던 장밋빛 관광지 대신 수천억원의 빚더미에 눌려 있는 골프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은 수천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최악의 사업으로 기록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익산시는 사업 추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태연하게 내놓고 있다. 이에 오늘날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이 표류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행정의 안이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처가 곪다 못해 터져 나오는 상황에도 적극적인 해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까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익산시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 문제의 시작과 끝

웅포관광지(3지구) 조성사업은 시작부터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말썽을 빚어왔다.

익산시는 2004년 7월 사업시행허가를 받아 웅포면 웅포리와 송천리 일대 약 2백5십만㎡의 면적에 총 사업비 1,988억원의 민자를 투입하는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골프장을 중심으로 골프와 연계된 휴양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며 골프장과 골프학교, 자연학습장, 호텔, 콘도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애당초 자격요건이 되지 못한 사업주체 선정과 관련한 논란이 일었으며 웅포면 일대에 대한 골프장 건설에 대해 환경부의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익산시는 적극적으로 추진을 강행했다.

또한 익산시가 부지를 싼 값에 강제 수용하고 이를 사업자에게 넘겨 부당이익을 안겨주게 된 과정에서도 특혜 논란이 일었으며 공사 과정에서도 부당한 폭약 사용 등으로 주민 반발과 국감에서 지적받기도 한 사업이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허가권자인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예정된 사업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해주는 등 온갖 편의를 봐줬다. 또 당초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36홀로 늘리도록 허가해줘 나머지 시설이 들어설 잔여 부지가 대폭 줄어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측에서 제시한 골프월드컵 유치라는 명분은 허위의 사실로 드러나 말썽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행정의 특혜 속에서 관광지개발사업은 골프장 건설 사업으로 변질됐다. 현재까지 골프장을 제외하고 어떤 것도 조성되지 않아 관광지 조성사업 준공 허가를 내줄 수 없자 골프장 시설을 따로 떼어내 부분준공을 시켜주고 등록시켰다. 이에 주요 영업장인 골프장에서는 회원권 판매에 열을 올리는 한편 공사대금을 회원권으로 결제해 물의를 빚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가짜회원권을 만들어 이를 가지고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K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골프장을 짓고도 남을 1,700억원 상당의 회원권이 판매됐지만 관광지조성사업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운영상 빚만 늘어나 금융권 2,200억원, 미이행 사업비용 700억원 가량까지 총 4,600억 상당의 빚을 안고 좌초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결국 익산시가 온갖 행정적 편의를 제공해 특정 개인이 골프장을 소유할 수 있게 도왔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도 못한 채 수천 명의 피해자만 양산한 결과를 맞고 있는 셈이다.

◇ 계속되는 헛발질

지난 16일 익산시는 전략산업국 브리핑을 통해 웅포관광지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관망하는 양상이다. 특혜 시비를 낳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지난 시간과 달리 행정적 조치에 국한된 입장만을 견지한 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이수근 국장은 웅포관광개발의 기업회생 진행상황을 설명하며 향후 법원의 판결 여하에 따르는 익산시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익산시는 이달 말 경 법원이 베어리버골프장의 회생절차를 중단할 경우 일단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체상금을 소급해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웅포관광개발에는 제3투자자 선정계획을 제출해 사업을 추진할 것을 통보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4,600억원에 달하는 빚더미를 안고 있는 웅포관광개발에게 하루 7,100만원씩 지체상금을 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3의 투자자를 구해 710억원 상당의 미완료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단순히 시행하라는 행정조치를 함으로써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보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대 191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도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한 푼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파산절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익산시는 웅포관광개발이 파산신청을 할 경우 체육시설법에 따라 회원권이 승계되며, 향후 새 주인이 나타날 경우 사업을 승계하므로 협의를 통해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전혀 고민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원권의 승계는 법적으로 보장된다 하더라도 회원권만 1,700억원에 미완료사업 승계 710억원 등 골프장이 지닌 가치보다 빚더미가 더 큰 상황에서 회원권 승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 파산될 경우 최대 20% 이하로 보장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권 승계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익산시도 사업시행 변경을 통해 당초 710억원 상당의 사업을 축소해 줘야만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민자 사업인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에는 시 차원의 재정 투입은 전무하다. 하지만 그간 사업 추진 과정에 들어간 준조세 성격의 행정비용을 비롯해 준공 지연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과 사업이 정상 추진됐을 경우 발생할 경제효과의 차이,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손해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한수 시장은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에 대해 한 마디로 “잘못 꿰어진 단추”라고 지난 173회 익산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근 10년 이상 사업과 관련한 온갖 문제로 몸살을 앓는 이 사업에 금번 법원의 판단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 계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끌려가는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시 차원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