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양계협회 등 거센 반발..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전면전 나서

㈜하림(대표이사 이문용)의 계란유통사업 진출과 관련, 대한양계협회(회장 이준동)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농가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롯데마트가 하림계란의 발주를 중단해 계란유통사업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18일 여의도에서 하림의 계란유통업 진출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대한양계협회는 다음날인 19일 롯데마트 측에 공문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하림의 자연실록 계란의 판매중단을 요청했다. 지난달부터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본격 시판에 나선 하림계란의 철수를 요청한 것.

대한양계협회는 이 공문을 통해 “닭고기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하림이 돼지고기와 소고기 산업에 진출하면서 축산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으며, 이제는 계란유통업까지 진출하면서 채란업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채란인들의 어려운 실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하림의 계란제품에 대해 판매를 중지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24일 메일을 통해 “이미 공급한 점포 재고분을 소진하고 27일부터는 하림 계란 상품의 발주를 중단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하림 측과 대한양계협회 측이 원만하게 합의할 때까지 발주를 보류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회신했다.

이와 같은 본사의 결정에 따라 전국의 롯데마트 매장에서는 하림의 자연실록 계란을 볼 수 없는 상태다. 익산의 롯데마트도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유통됐던 하림 자연실록 계란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처럼 하림계란의 대표적인 납품처인 롯데마트가 발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하림의 계란유통사업 진출은 큰 타격을 입으며 난항을 겪게 됐다. 비록 롯데마트가 재발주의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지만, 하림 측과 대한양계협회 측이 팽팽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인다.

롯데마트 본사 대외홍보팀 관계자도 “마트 입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하림계란을 떠안고 갈 이유가 없다. 하림계란의 재발주는 사실상 어려울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림의 계란사업담당 김우식 상무는 “마트 측 입장은 반발이 거센 분위기를 고려, 소낙비를 피하자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만간 재발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하림과 대한양계협회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유통협회는 지난달 18일 열린 하림 규탄대회에 이어, 이달 7일 하림계란산업 진출 철회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한양계협회 이준동 회장은 “하림이 자사사료를 쓴 계란을 유통한다는 것은 계열화사업이고, 계열화사업을 하면서 유통만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계란사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하림의 부도덕함을 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하림은 계란유통에만 참여하고 생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림이 국내·외 72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 육계계열화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계란유통협회 강종성 회장도 롯데마트에서 하림계란 발주를 중단한 것에 대해 “계란농가들의 마음을 알아준 것 같다. 우리 유통인들이 똘똘 뭉쳐 하림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유통협회의 거센 반발에 대해, 하림 측은 이달 7일 무분별한 계란사업 반대운동의 즉각적인 중단을 엄중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림과 자연실록 계란 생산농가, 산란계 농가 경영체인 녹색계란(주)은 “농가와 협업 상생하며 계란소비 확대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이 사업을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에서 왜 반대하는지 의심스러우며, 반대운동 이면에는 대한양계협회 회장 선거를 앞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연실록 계란사업은 정부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농장에서 생산한 무항생제 계란을 소규모 산란계 농장주가 출자해 만든 농업회사법인 녹색계란의 HACCP 인증 GP센터에서 집하 선별 포장해,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의 자연실록 브랜드로 판매하는 사업이다. 생산이력이 분명하고 단계별 품질관리가 이뤄지며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지는 구조로, 그야말로 산란계 농장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모델이다. 대한양계협회가 주장하는 농가 종속과 관련해서도 정식 공문을 통해 하림은 농장과 집하장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