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 이어 부안, 금강하구까지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익산지역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익산시의 긴급 방역대책에 따른 조치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의 가축질병 위기경보 수준별 조치 매뉴얼은,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에 따라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고병원성 AI 발생을 인지한 ‘관심’ 단계에서는 긴급상황 대비 비상방역체계 운영 준비와 방역초소·소독약품 등을 파악하고, 의사환축이 발생한 ‘주의’ 단계에서는 긴급대응조치를 실시하고 시로 유입되는 주요국도 및 지방도 통제초소 설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후 고병원성 AI가 국내에 발생한 ‘경계’ 단계에서는 가축질병방역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주요국도와 지방도에 통제초소를 설치 및 주요거점 축산차량 전담 소독장소를 설치해 방역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최초 지난 16일 오전 8시 20분경 고창군 신림면 무림리 488번지 농장에서 발생한 AI가 같은 날 밤 10시 고병원성 AI로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지역의 거점 소독장소는 이틀 후인 18일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18일 오후 23번 국도 목천삼거리를 시작으로, 19일 오후에 이르러서야 723번 지방도 웅포대교와 27번 국도 군산·익산 경계지역, 1번 국도 왕궁온천 앞, 799번 지방도 보석박물관 앞, 711번 지방도 익산군산축협 정문에 거점 소독장소 운영이 시작됐다. 이후 지난 23일 오전 9시부터는 하림에 1개 초소를 추가 설치해 총 7개 초소에서 AI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아내기 위해 경계를 하고 있다.

익산지역은 지난 2006년 11월과 2008년 4월, 2010년 12월에 이미 천문학적인 수치의 피해를 가져왔던 AI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거점 소독을 담당할 익산지역의 업체가 최초 발생지인 고창 지역에 투입되면서, 정작 익산지역에는 뒤늦게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매뉴얼 상 경계 단계 이전에 이미 관심과 주의 단계에서 긴급상황에 대비해 거점 소독장소와 통제초소의 설치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상황실 관계자는 “고창 지역에 투입됐던 기존 설치업체들이 빠져나오지 못해 초기에는 이동식 소독기로 거점 소독장소를 운영했다. 20일 오전부터는 설치가 완료돼 고정식 소독기로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고창과 부안, 동림저수지와 금강 하구까지 고병원성 AI 발생이 잇따르면서 익산지역도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고, 확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과거 수차례 익산과 김제 등지에서 AI가 발생했고, 당시 초기 차단방역에 실패하면서 인접 시·군으로 확산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올해 역시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