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받아야 할 혜택.. 적발 후 조치로는 되돌릴 수 없어
시 전담인력 전무.. 형식적 실사로는 또 다른 범죄 양산 우려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지난 5년여간 보조금 6,200만원 상당을 편취한 어린이집 원장이 붙잡혔다. 익산시의 보조금 관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며,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방과 후 반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운영하는 것처럼 허위 등록해 인건비 명목 등으로 합계 6,200만원 상당을 편취한 어린이집 원장 조 모(51, 여) 씨가 검거됐다.

검거된 조 씨는 퇴직한 방과 후 반 교사 3명이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익산시에 허위 등록해 보육교사 인건비 명목 등으로 지난 2009년 1월경부터 지난해 11월경까지 5년여에 걸쳐 인건비로 보조금 약 3,600만원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방과 후 반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8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반을 운영하는 것으로 익산시에 허위보고하고 인근 어학원에서 영어 과목을 수강하게 해 아이사랑카드를 이용, 방과 후 보육료 명목으로 결제해 약 2,600만원 보조금을 부정 수급해 총 6,2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익산경찰서는 지난해 11월 18일 허위 보육교사를 등록해 보조금을 편취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3개월에 걸쳐 보조금 지급 관련서류 분석 및 익산시청 공무원,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6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지난 14일 조 씨가 범행을 시인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이들을 상대로 양심을 판 원장 조 씨에 대한 비난과 함께 보조금 부실 관리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시의 부실한 행정을 틈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또 다른 유사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

전라북도 육아종합지원센터 학부모 모니터링단 활동을 2년간 했던 학부모 박 모(36, 여, 송학동) 씨는 “아이들 몫으로 돌아가야 할 보조금이 비양심적인 어린이집 원장의 욕심을 채우는 데 사용됐다고 생각하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먹는 간식에서부터 교육 프로그램까지 소홀히 해야 할 부분이 하나도 없는데도,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보조금을 빼돌리고 허위로 교육을 하거나 아이들에게 저가·저질의 먹거리를 제공했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적발이 돼서 보조금을 환수하더라도, 이미 받아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부모 모니터링단 활동시에도 급식이나 학습 관리 등 방만한 어린이집 운영이 비일비재했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은 문제가 생기면 항상 인원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시에는 어린이집 현장 실사를 전담하는 인원이 전무하다. 지역 내 269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담당 부서 인원 7명이 전산상의 자료를 검토하며 수시로 실사를 하고, 민원 발생시 확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라북도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학부모 모니터링단 이외에 시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관리 시스템도 전무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소수의 행정 인력에 지역 내 어린이집의 관리가 모두 맡겨져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번에 검거된 조 씨는 현재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 예정이며, 경찰서는 시청에 국고보조금 환수조치 및 행정처분 의뢰를 통보했다. 시는 자격정지 또는 어린이집 폐원조치를 논의 중이며,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