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학적 치료가 아닌 생활 속 예방 이뤄져야
자살위험군 발굴 및 관리, 시민 함께 협력해야

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서울의 세 모녀 동반자살에 이어 익산에서도 가족동반자살 시도가 이어져 지역사회에 큰 파장과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자살예방정책이 병리적인 위험군 치료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 위험군을 발굴·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살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의 고통 속에서 일가족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동반자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비단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자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와 함께 충격과 파장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익산시의 자살예방정책은 우울증 등 정신병 치료의 목적이 주를 이루고 있어, 생활 속 위험군의 발굴 및 관리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익산시정신건강증진센터 내 자살예방사업은 3명의 팀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무 자체도 발굴·관리보다는 시청·경찰서·병원 등 유관기관에서 연계가 돼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위험군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자체적인 위험군 발굴·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2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 13세 이상 인구 중 자살충동이 있었다는 의견이 전체의 9.1%로 나타났으며, 그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39.5%로 나타나 자살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 밖의 이유로는 가정불화가 13.6%, 외로움이 13.0%, 신체적·정신적 질환이나 장애가 12.1%, 직장문제가 7.1%, 학교성적·진학문제가 6.3%, 이성문제가 4.2%, 친구나 동료들과의 불화·따돌림이 1.4%, 기타가 2.9%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자살의 주된 원인이 우울증이나 질병과 같은 병리학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이유를 비롯한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지극히 평범한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누구나 자살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의 자살률 통계에 따르면 익산지역의 경우 그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지난 2011년 익산지역의 인구 십만명당 자살인구는 40.20명이며 2012년에는 32.40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수치는 전국 평균치인 2011년 31.70명과 2012년 28.10명과 비교했을 때 각각 2011년에는 8.5명, 2012년에는 4.3명이나 많은 인구가 자살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익산시의 보다 효과적인 자살예방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익산자살예방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자녀와 동반자살시도를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자살예방사업을 펼치며 만난 자살시도자들은 정말 숨을 쉴 수 없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살예방은 평범해 보이는 일반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감기예방처럼 유치원·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의식교육과 자존감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우울증이 심해 약을 복용하고 치료받는 사람들도 위험군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와 시민단체, 나아가 시민 모두가 협력해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치료 목적에만 치중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의 행·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자살을 개인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