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그대로 드러나.. 현황 파악도 안 된 상태로 방치
복지시설 운영자는 물론 지자체, 시민 모두 의식 전환해야

성당면의 미인가 사회복지시설의 원장이 6년에 걸쳐 지적장애인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1억원 가량의 기초생활보장금 등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가족 동반자살 시도에 이어 여실히 드러난 익산지역의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지적 또한 빗발치고 있으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장애인과 노인들을 상대로 양심을 팔아치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원장 김 모(55) 씨는 지난 2008년부터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르며 정부 지원금을 1억원이나 가로챘다. 무려 6년에 걸친 범행이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익산시는 경찰의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후에야 사태 파악 나서기에 급급했다. 그야말로 복지사각지대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 관계자는 “신고가 된 복지시설의 경우 지속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지만, 천사원의 경우 신고가 돼있지 않은 미신고 시설이라 파악이 어려웠다”며 “현재 천사원의 장애인과 노인들은 타 복지시설로 전원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속조치인 전원조치만으로는 구멍이 난 양심과 복지체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행정의 미비와 방치된 복지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원광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이건중 교수는 “소수의 공무원들과 관련 단체들의 노력만으로는 너무나도 크게 뚫려버린 복지의 구멍을 메울 수 없다”며 “제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복지시설 운영자의 양심과 의식이 기본이 돼야 하고, 그 다음으로 미인가 시설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판단과 이에 따른 예산 지원,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무리 선한 늑대라도 양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지 않는다.. 복지의 탈 쓴 늑대 없애야

김 씨는 지난 2008년 성당면 장선리 한 교회에 ‘천사원’이라는 이름의 사회복지시설의 문을 열고, ‘장애인과 노인을 정성껏 돌봐드립니다’라는 광고를 생활정보지에 게재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들은 모두 형편상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였다. 김 원장은 지적장애와 치매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을 모두 빼돌려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
1종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비가 지급돼 입원을 하면 숙식이 해결되고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이었다.
또한 천사원의 시설은 소를 키우던 축사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들이 도저히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건중 교수는 현재의 제도적인 한계와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복지시설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미신고 시설 등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 익산지역은 신고된 시설이 도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이 찼거나 폭력성·전염병 등의 이유로 입소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이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진정으로 따뜻한 보살핌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미신고 시설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부양이 장기화됨에 따른 가족들의 고충과 현 제도권 하에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일부 몰지각한 운영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미신고 시설의 운영자들이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초기 적은 수의 인원을 보호하고 관리하다가 점점 인원이 늘어나면 행·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설에서는 차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의식과 양심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가지대로 방치된 미신고 시설들을 일정한 기준을 통해 양성화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정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과 시선 자체가 변화돼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