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잘못된 설계·시공.. 늘어난 처리비 시민 부담
익산시, 배출자와 수집운반·처리업체에 특혜 제공 의혹

박경철 익산시장 당선인이 익산시 공공 축산분뇨처리장의 실효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갖가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가축분뇨공공처리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실시협약 및 설계 당시
2. 준공 및 지체상금
3. 준공 이후 현재까지

당초 새만금 수질의 최대 오염원으로 지목됐던 왕궁축산단지의 오폐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투자방식으로 가축분뇨공공처리장 건립을 추진하던 익산시는 (주)동양고속건설이 메인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하다 (주)동양고속건설 측이 포기하자, 새로운 메인 업체를 찾지 않고 기존에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벽산 엔지니어링 등이 구성한 뉴워터(주)를 상대로 협상을 진행했다.

공동도급 방식의 발주에서 컨소시엄의 메인 업체가 자격을 상실하면 재공고를 통해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통례인데도, 해체된 컨소시엄의 보조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매우 이례인 경우에 해당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설계상의 문제가 발생했다. 왕궁축산폐수 연계처리 시설공사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왕궁특수지역에서 발생하는 돈분의 성분 중 SS(부유물질)의 평균 수치는  7만8,495.5mg/L인 반면, 시와 실시협약을 맺은 뉴워터(주)가 시공한 처리시설의 기준은 3만6,000mg/L에 불과해 실제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애초에 왕궁지역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없는 기준으로 설계·시공된 시설 때문에 초기에는 반입수질을 맞추기 위해 분뇨에 물을 타는 행태가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범죄로, 분뇨에 물을 타서 반입해 처리하면 늘어난 양만큼 방류량도 늘어가게 되고 뉴워터(주)는 그만큼의 수수료를 더 받게 된다.

또한 이를 수집·운반하기 위해 왕궁지역 축산 농가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도 보조금을 더 지원받게 된다. 문제는 시가 영농조합이 농가에서 분뇨를 수집·운반할 경우 1리터당 8원(수집운반 수수료 6원. 공공처리시설 사용료 2원), 톤당 8천원씩 받아야 할 수수료 및 사용료를 면제·감면해줬기 때문에 분뇨를 배출하는 농가들은 공공처리시설 사용료를 면제받으면서 동시에 수집·운반 수수료를 지원받아 이중으로 이익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잘못된 설계·시공된 처리시설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익산 시민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특혜 시비가 끊임없는 제기돼 왔다.

아울러 실시협약 당시 시의회 손문선 의원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왕궁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보강공사를 민간투자방식으로 실시하고 민간업체에 시설을 위탁하려면 마땅히 법과 조례에 의거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익산시는 이를 어겼다는 것.

시는 지난 2008년 9월 의회의 동의 없이 민간투자협약을 맺고 국비 413억원, 도비 22억원, 민간투자 127억원 등 총 563억원을 투입해 같은 해 12월에 보강공사에 착수했다. 이후 수차례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해 준공이 지연됐고, 우여곡절 끝에 2012년 3월 준공했다.

이후 시는 2012년 민간위탁금으로 48억7,660만원과 수집·운반 및 사용료보조금으로 7억9,100만원, 2013년 민간위탁금으로 72억원과 수집·운반 및 사용료보조금으로 7억1,000만원, 올해 본예산에 민간위탁금으로 68억3,400만원과 수집·운반 및 사용료보조금으로 7억7,004만원을 편성했다.

결국 의회 동의라는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시민의 혈세를 민간위탁업체인 뉴워터(주)와 축산농가로 이뤄진 수집·운반업체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준공 첫해인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70억원이 훌쩍 넘는 혈세를 15년간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총 1,000억원이 넘게 된다.
민선 6기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