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유일한 ‘불명예’, 재가설 비용 4백억 서로 떠넘기기 행태

10조7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 호남선 고속철도 건설 사업이 익산시 평화동 평화육교라는 복병을 만나 저속 운행될 예정이다. 안전진단 D등급의 평화육교 밑을 지나는 호남고속철도 제3-3공구 공사가 호남선 유일의 기존선로 이용으로 설계가 변경돼 준공이 됐기 때문이다.

오송에서 시작해 목포시까지 총 길이 249.1Km에 이르는 호남선 고속철도는 당초 2017년까지 KTX가 다니는 새로운 선로를 건설해 호남축의 도로 혼잡 및 물류수송 애로를 해소하고 반나절 생활권을 실현하는 등 호남권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시행됐다.

2009년 착공을 시작한 공사는 올해 말 완공(오송~광주송정 노선)을 앞두고 있으나 익산시 평화육교 구간만 유일하게 기존 노선을 이용하는 구간으로 설계가 변경된 채 준공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계획은 기존 복선 철로를 양쪽으로 넓힌 다음 고속철로 2개 노선을 가운데에 새로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익산시에 위치한 제3-3공구의 평화육교의 안전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9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판정받아 재가설이 요구되고 있는 평화육교 밑을 고속철도가 지나가기 위해서는 평화육교 재가설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재가설에 드는 3백~4백억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철도시설관리공단을 비롯해 국토교통부에 재가설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은 평화육교가 익산시 관할이라며 재가설 비용 부담을 거절했고 거듭된 정치권의 요구에도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차일피일 평화육교 재가설을 비롯한 안전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다 결국 철도시설공단은 설계를 변경해 기존 노선을 이용해 평화육교를 통과하는 방안을 선택했고 결국 공사가 진행돼 준공까지 마쳐진 상태다.

10조원을 넘게 들여 249.1Km의 고속철도를 놓았는데 평화육교를 통과할 때만 기존 노선을 이용하게 되는 불명예스러운 오점이 남은 셈이다.

이에 익산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이 평화육교의 안전문제를 비롯해 근본적인 해결책인 재가설 논의까지 시급히 해결해 호남선 고속철도가 완벽한 노선으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고속철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평화육교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장차 고속철도 운행 시의 안전문제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라며 “새만금 배후도시로서 교통물류의 허브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오점이 남지 않도록 해결이 촉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춘석 의원은 지난달 12일 평화육교 보수·보강 사업을 위한 특별교부세 5억원을 확보해 현재 교각 등에 대한 보강공사 용역이 진행 중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