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을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황당한 계획에 홀딱 넘어간 행정  
사업자 선정부터 잘못.. 온갖 편법과 불법을 양산한 질곡의 역사

1999년 조성계획이 승인된 웅포관광지조성사업이 올해로 15년째를 맞았지만 당초 익산시가 계획했던 관광지는 결국 미완된 상태로 남아 있다. 관광지 조성이 늦어지는 것으로 인한 기회비용의 손해도 손해지만 온갖 특혜와 비리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한 웅포관광지는 아직도 논란을 야기하며 익산시의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결국 관광지조성사업의 표류로 인한 피해와 손해는 고스란히 익산시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강제로 토지를 수용할 때는 공익적 관점에서 관광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체육시설인 골프장을 짓기 위한 강제수용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공익적 가치에 가까운 시설들은 하나도 들어서지 않았음에도 익산시는 손을 놓고 있다가 결국 사업실패를 바라만 본 셈이다.

하지만 행정은 책임을 망각하고 웅포관광지에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를 비롯한 전북도 행정은 또다시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본지는 웅포관광지의 조성계획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점을 짚어보는 지면을 마련해 책임이 분명한 사업 추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즉흥적인 사업추진

익산시는 지난 1999년 당시 건설교통부를 통해 백제문화권 특정지역종합발전계획을 승인 받았다. 이후 같은 해 10월 관광지 지정 및 조성계획을 전라북도에서 승인받고 다음해인 2000년 10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사업추진 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KPGA 김승학 회장 등이 익산을 방문해 상공회의소 회장과 컨트리클럽 사장, KPGA 인사 및 공무원과 골프장 조성계획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그 자리에서 당시 익산시장이었던 조한용 시장은 사업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업이 추진될 경우 2천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자되고 엄청난 면적의 토지에 대한 수용이 필요한데도 철저한 정책검토 및 주민의견 수렴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지역토호세력의 이권 개입과 김승학 회장의 사기극,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자치단체장의 만용이 결합돼 웅포골프장 사태의 비극을 초래하게 됐다.  

◇ 사업자가 누구냐

익산시는 2000년 9월 사업추진 협약을 KPGA와 맺었지만 협약 대상자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선 KPGA는 비영리 단체로서 영리를 위한 사업을 할 수 없는 단체라서 사업 수행자로서 부적합하다. 또한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협약을 이사회 결의 없이 김승학 회장 개인이 맺은 것도 협약의 효력에 대해 문제가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익산시는 철회하지 않았고 김승학 회장이 급조한 KPGM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편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묵인했다. KPGM이 김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는 점과 자본능력이 부족한 점이 끊임없이 지적되었음에도 사업수행능력에 대한 재검토를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조금만 신중하게 들여다보면 제대로 사업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특혜시비 속에서 밀어붙인 익산시는 예상대로 조성계획 변경 및 사업기간 연장 등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계속해서 허가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 당연한 특혜시비와 갈등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이 시작된 웅포관광지 조성사업은 사실상 골프장 건설에 불과했다.
익산시는 총 35만평에 달하는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법으로 시세보다 싸게 토지를 매입해 사업자에게 넘겨줬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감정평가로 투기세력이 다수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고, 공사과정에서 발파 소음 등으로 벌어진 민원을 사업자가 아닌 익산시가 조치를 취하는 특혜를 주기도 했다.
또한 골프장 조성예정지의 진입로 등에 예산을 집행하는 등 사업자를 위한 모든 행정조치가 취해졌다.

이에 공사초기부터 18개 시민사회단체가 웅포골프장반대 공동대책위를 결성해 반대운동을 벌였고 감사원의 두 차례의 감사. 두 차례의 익산시의회의 청원심사 특별위를 통한 조사, 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 등이 이뤄졌으며, MBC의 ‘시사매거진 2580’ 등 중앙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을 만큼 불법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잡음 속에서 웅포관광지조성사업의 추진이 당초 목적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미완료 사업으로 이끌어 왔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