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물 전체가 앞쪽(사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87mm 가량 기울어진 모습

부실시공에 따른 붕괴위험에 노출돼 있는 모현동 우남아파트와 관련 박경철 시장이 T/F팀 구성 및 대책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실시공의 책임이 있는 우남건설이 반드시 재건축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과 함께,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익산시 또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시공사 우남건설, 입주민, 익산시 등 각 책임주체별로 요구되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봤다.

◇ 부실시공 책임, 우남건설

지난 1992년 11월에 준공한 우남아파트는 설계와 상이한 시공과 공사상 잘못으로 인한 각종 하자로 인해 끊임없이 민원이 발생했다. 이에 우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회장 김갑섭)는 우남건설 측에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했고 2002년 9월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 부실시공 정황이 명확히 드러났다.

중요부재인 보 미시공, 기초파일(말뚝) 19% 미시공, 설계도상 기초옹벽 300mm에서 200mm롤 11곳 축소시공, 슬래브 철근 축소시공 및 위치이탈, 구조적 내력 부족으로 인한 슬래브 처짐 현상과 균열 및 슬래브 출렁거림 현상 등이 드러난 것.

마땅히 재건축을 실시해야 할 우남건설 측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자감정시 감정인을 매수하고 감정서를 조작해 아파트 하자금액이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허위감정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후 이를 근거로 부요 보를 보강하는 등 땜질식 보수·보강공사를 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고, 주민들은 이에 반발해 별도의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했다. 2005년 실시한 하자가정 용역보고서는 우남건설 측의 방법은 붕괴위험을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실제 건물의 안전성 평가가 E등급이기 때문에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법원은 손해배상으로 7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그쳤고, 우남건설 측은 지금까지 별다른 보수·보강공사는 물론 재건축 실시 등 부실시공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 갈등과 대립의 주민들, 단결해야

지난 4일 익산시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우남아파트 주민대책위위원회 김갑섭 위원장은 “부실시공으로 붕괴위험에 처한 아파트에 보를 세우며 불안한 마음으로 지난 12년을 지내왔다”면서 “건설사와의 지루한 법정싸움으로 어떤 해결방법이 없는 가운데 익산시가 적극 나서 주민들의 안전 및 이주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그간 지지부진한 법정싸움 과정에서 단결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모습이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주민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겨냥해 우남건설 측에 매수돼 자신의 이익만을 쫓으려 한다며 내부적인 갈등과 반목을 일삼았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위장 전입해 대표권이 있는 것처럼 행세를 하거나, 주민 동의를 위조해 법원의 결정에 다른 공탁금 등을 불범 추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러한 주민들의 분열된 모습은 우남건설 측과의 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하루빨리 붕괴위험 불안을 해소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단결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 할 익산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규정에 따라 익산시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지역주민이나 그 지역 안에 있는 사람에게 대피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즉시 관계 법령이나 재난대응활동계획 및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방·진화·구조 및 구난, 그 밖에 재난 발생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피난의 권고 또는 지시, 긴급피난처 및 구호품의 확보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남아파트에 대해 익산시가 취한 조치는 2002년 12월 재난관리 시스템 위험유형 ‘붕괴’로 지정하고 한 달에 한 번 점검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간 주민들이 안전을 위협받으며 수십 차례 주민 피난대책 등 행정조치를 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그대로 방관한 셈.

아울러 부실시공의 책임이 있는 우남건설에 대한 행정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준공권자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

주민들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재난안전 책임자이며 아파트 준공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익산시가, 주민 긴급피난이나 부실시공을 한 우남건설 측에 대한 행정조치 없이 뒷짐을 지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