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민과 농민간 생산-소비 계약 시스템 부재
쌀 주권 위기 상황 공감대 형성 ‘지자체의 몫’ [ 글싣는 순서 ]
Ⅰ. 개황
Ⅱ. 농업 구하기
Ⅲ. 농촌 구하기
Ⅳ. 방향성 ◈ 쌀 농업의 현주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농업기술력으로 여러 난관을 헤쳐 나왔지만 갈수록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중국과는 농업기술격차가 1.9년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이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5.9년 뒤처져있다. 더 이상 농업생산성이나 기술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게다가 다량품종 개발과 화학비료, 농약 같은 녹색혁명의 기술들은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전락시켰다. 근대 이전까지 85%의 인구가 종사했던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녹색혁명 이후 지난해 말 현재 7%대로 떨어졌다. 곡물생산이 두 배 가까이 늘자 국제 곡물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농민들은 도시의 공장에 취직하거나 장사에 뛰어드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이동했다. 일 인당 경작지는 늘었지만,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고 값비싼 농기계와 화학비료, 농약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쌀을 다른 농작물로 대체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1년에 3모작으로 남아도는 쌀을 수출하던 필리핀은 미국 자본에 의해 플랜테이션(특정 농작물 대규모 계약재배) 단작을 하다가 쌀을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했고, 아이티는 미국의 원조를 받는 대가로 벼농사를 포기해 결국 '진흙 쿠키'를 먹는 나라가 됐다. 그 배후에는 다국적 곡물기업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카길'은 미국계인데, 자국의 막강한 정치력을 등에 업고 세계 곳곳의 농업을 파괴해 나가면서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취한다. 카길은 또한 여라 나라의 종자회사, 비료회사, 농약회사 같이 식량과 관련된 기업들을 마구 사들이면서 전 세계 식탁을 좌우하는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카길은 특히, 고엽제를 생산해 국제적으로 악명높은 화학회사 '몬산토'와 손잡고 우리나라 3대 종자회사 가운데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사들였고, 나머지 서울종묘도 다른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우리나라는 값비싼 종자와 거기에 맞는 농기계, 화학비료, 농약 등을 다국적기업에서 구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우리 농업은 기술력의 한계와 쌀의 가격경쟁력, 생산원가 상승 등 3중고를 뚫고 살아남아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농가들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농업을 포기하는 추세가 가속화된다면, 다국적 기업은 머지않아 그 틈에 빨대를 꽂을 것이다. 2008년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이집트·페루·아이티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시위와 폭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농업의 천적은 무엇보다 다국적 기업이다. ◈ 친환경 농법 중·소농 살릴 공감대가 관건 익산지역의 경우, 농업의 위기는 단지 농민들에게 국한된다. 소비자로서 혹은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환란을 함께 돌파해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극미하다. 농업의 문제가 지역사회 공론의 장에 본격적으로 올려져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농업의 현실을 인지하도록 다종다양한 위기 전달 방식을 동원해야 한다. 상황에 대한 두터운 인식과 공감, 부분의 문제가 아닌 전체의 문제라는 연대의식이 뿌리를 내려야 명실상부한 지역자원순환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도·농 복합도시 익산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이 없는 게 아니다. 이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판하는 생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정부 말에 관련 지원근거가 마련됐고, 참여정부에서 현실화되면서 모든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친환경농업이다. 그러나 도시민이 농민과 직접 계약을 맺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현실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계약 생산-소비시스템은 익산에 사실상 없다. 그래서 친환경농업의 앞 길도 어둡다. 지역자원순환시스템의 성패는 자치단체에 달려있다. 익산시가 농업현장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 보다 지역농산물을 지역 내부에서 소비하는 체계 구축과 그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우리 농산물과 쌀의 가치를 정리하고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당장 익산시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 배에 오른 그 바탕 위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도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 제3의 광작 협력체 구축 긴요 정부가 광작시스템 구축으로 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까지 총 500개를 육성하는 들녘경영체의 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농지은행의 지원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고 농민들의 농지와 농사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해서 쌀전업농의 대규모 농지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별농가들이 농지소유권을 확보한 상태로 공동경영을 함으로써 광작을 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서로 연접한 농가들이 서로 품종, 육묘방법, 영농시기, 비료 및 농약 사용방법, 농기계 이용방법, 조곡처리방법 등을 법적으로 합의함으로써 들녘경영체보다는 약하지만 작목반보다는 강한 결합을 함으로써 향후 기업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경영체당 영농면적 확대와 함께 단위 면적당 도정 후 생산량 증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농법 개발과 보급을 위한 유인책이 요구된다. 또한 쌀의 경쟁력을 고품질로 하느냐 또는 저가격으로 하느냐를 확실히 설정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 신뢰도와 품질경쟁력 제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환경 쌀 재배지역은 전라남도이며, 지자체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쌀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사례가 빈발하고,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친환경 쌀 재배를 하고 있어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상황이다. 따라서 철저한 친환경 인증 실시와 적극적인 친환경 재배과정 소개를 통한 소비자의 구매동기 유발, 친환경 쌀의 고품질화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농협을 축으로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SSM 등 식품가공 대기업, 학교, 직장, 군납 등 대량공급을 위한 영업활동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쌀의 품질을 놓고 볼 때, 일반적으로 익산쌀의 경우 신동진 등 고품질 벼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미질은 우수한 편이다. 미질향상을 위해서는 재배과정에서 밀식과 과비를 지양하고, 수확 후 건조 및 보관, 도정 공정의 과학화를 도모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익산쌀의 품질을 홍보하는 것인데, 지속적인 쌀품평회 참가 및 SNS 등과 같은 저비용 홍보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