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안전관리행정, 안전불감증 반드시 근절해야

최근 익산지역 아파트에서 관리부실과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소방당국과 익산시의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끔찍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안전불감’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이 절실한 소방당국

지난 2일 현직 소방관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옥내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초기진화에 실패하고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가구는 물론 주변 이웃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평소 아파트 안전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였기 때문에, 안전불감과 관리부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익산지역 화재발생은 최근 3~4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화재건수가 182건, 2012년에는 201건, 2013년에는 248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8월 21일 기준 161건으로 현 추이대로라면 그 수치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 전체 화재 중 60%에 달하는 화재가 단독주택·공동주택 등 시민이 거주하는 주거시설과 공장·창고 등의 산업시설에 집중돼 있고, 발화원인도 부주의가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누전·과부하 등 전기적 요인이 22%로 나타나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 화재사고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안전불감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이 요구되고 있다.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익산소방서는 해마다 아파트나 공장 등 화재발생 빈도가 높거나 노후화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큰 시설을 대상을 선정, 전북소방본부의 심의를 거쳐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세월호 참사나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 특정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유관기관과 협조해 별도의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부터는 전문자격을 갖춘 특별조사반 2개 팀 4명을 전담 조사인력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수의 소방인력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이들 특별조사반이 지역 내 모든 시설을 일일이 관리하고 점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수립해 효율적이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의 전문 인력 외에 관련 법령상 해당 시설에 선임된 소방안전관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이뤄져야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하며, 특히 재산피해는 물론 대량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소방안전관리자들의 안전불감증 근절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헛구호만 외치는 익산시

최근 익산지역 화재의 대부분은 부주의와 관리부실 등 안전불감으로 인해 발생했다. 직접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해야 하는 소방당국과 함께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재난안전책임자로서의 익산시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익산시의 안전관리 행정은 지극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례상 설치된 안전관리위원회나 안전관리자문단이 제대로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것.

안전관리위원회는 시장이 위원장이고 시 안전행정국장, 소방서장, 경찰서장, 군부대장, 교육장, 익산역장, 지방노동사무소장, 시설사업소장, (주)환경시설관리공사 익산사업소장, 한국전력공사 익산지점장, KT전북사업지원센터장, KT익산지사장, 한국전기안전공사 익산지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전북에너지서비스(주) 대표이사 등이 위원으로 구성돼 재난관리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기구고, 안전관리자문단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안전관리 등에 대해 익산시장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하지만 실제 안전관리위원회는 출석을 요하는 회의를 서면 심의로 대체해 왔고, 안전관리자문단의 경우에는 회의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정해진 회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익산시의 안전관리 행태에 비춰보면, 실제 안전사고 발생시 어떻게 대응할 지가 훤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산시의 행정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

또한 이러한 탁상행정은 국제안전도시에 가입해 세계적인 안전도시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던 박경철 시장의 공약과도 거리가 멀다.

시민 최 모(38, 모현동) 씨는 “이렇게 하고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니 한심하고 답답할 따름”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누구나 깨달았던 ‘이정도 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대형 참사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익산시에게 다시 한 번 깨우쳐줘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