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협력형 컨텐츠와 소프트웨어 개발로 자생력 키워야
자연생태계와 미래세대 고려한 재조명, 사회적 연대 절실 

[ 글싣는 순서 ]
Ⅰ. 개황
Ⅱ. 농업 구하기
Ⅲ. 농촌 구하기
Ⅳ. 방향성

우리 농촌은 지난 20년간 정부의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정책 아래서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했다. 정부의 기업농 육성·확대 기조의 구조조정 바람에 농업생산 및 소득이 감소하고, 도·농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며, 농촌사회 내부의 양극화로 위기감만 증폭됐다.

이는, 가족농 위주로 구성돼 있는 우리 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데서 온 부작용이다. 소규모 가족농들은 대체로 농지 소유 심리가 강하다. 따라서 농지를 구하기 어려운 기업농의 광작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고, 그동안 기업농에 쏟아 부어 온 비용은 결국 농촌을 살린 것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는데 쓰여진 셈이다.

익산지역의 쌀을 경작하는 농가당 평균면적은 1.5ha에 불과하고, 평균 농업소득이 1천만원가량의 영세 소농에 머물고 있다. 전체 경지면적은 지난 2005년 2만1,475ha에서 2012년 말에는 1만9,361ha로 10%(2,096ha) 감소했다. 이 가운데 3ha미만을 경작하는 소농은 지난 2006년 1만1,625ha에서 2012년 말 현재 1만153ha로 13%(1,472ha) 감소했고, 3ha이상을 경작하는 대농은 같은 기간 1,935ha에서 1,519ha로 21%(416ha) 감소했다.  

정부의 기업농 육성정책이 익산에서는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농민의 절대다수를 구성하는 소규모 가족농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사회적 연대 없이는 농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게다가 농촌은 지금 급속한 노령화와 후계자의 절대 부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익산지역은 60세 이상 농가가 2005년에는 40%(1만4,085명)였으나, 7년 뒤인 2012년 말에는 47%(1만5,237명)로 증가했다. 농가 인구가 매년 1%씩 고령화 된 것이다.

자연생태계와 미래세대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농촌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전통농법과 토종종자, 식생활문화의 다양성을 배우고 계승할 후계자들이 농촌에 유입되지 않음으로써 농업의 전통적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식품 수입량은 증가일로에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한 대상국 가운데 1위이며 일본보다 1.3배나 많았다. 그런데도 대다수 익산의 도시 지역민들은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밥상의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농산물의 유전자 상태나 화학비료 또는 농약 살포량이 어떻게 되는지 보다는 원스톱 편리성을 좇은 결과다.
여기에 기업농 육성 드라이브 정책은 환금작물 집중과 단작화를 유도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먹거리의 다양성과 안정적인 식량 생산·공급기반을 끊임없이 훼손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예로 보면, 경제발전 과정에서 농업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급격한 구조전환 과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농업은 해체되고, 농촌사회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지난 2004년 11,909세대였던 농가는 2012년 말 현재 11,780명으로 1%(129) 감소했고,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35,176명에서 32,386명으로 무려 8%(2,790명) 감소했다. 또, 15세 미만 농촌인구는 2006년 3,873명에서 2012년 말 현재 2,554명으로 34%( 1,319명)나 감소했다. 특히, 도·농 복합도시 익산의 농촌인구 구성비는 2012년 말 현재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농촌의 모든 추이는 전통적 가족농 해체의 가속화를 가리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말 현재 평균 농가소득은 3,200만원으로 2000년에 비해 두배 가량 늘었지만, 농가부채는 473만원에서 2,721만원으로 5.7배가 늘어났다. 이는 증가하는 농업경영비를 농업소득이 따라잡지 못한 격차다.

농촌공동체는 과소화 됐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하드웨어적 하향식 사업추진으로 농촌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의지를 약화시켰고, 환경변화에 대처할 컨텐츠와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도·농 협력형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지 못했다. 정책설계에 의해 수백개의 정책사업을 양산하고 보조금과 특혜 금융자금으로 농업생산자가 참여하도록 유도해 농가부채만 늘리는 역기능을 초래했다.

그 결과 농촌주민들은 비전과 자신감을 잃었고 정부에 대한 의존만 심화됐다.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농촌의 가치와 소규모 가족농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농촌에 대한 시혜나 보호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상생시스템이 작동하는 근본적인 발전기반을 조성하는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