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 획득한 뒤 도시 향해 손짓해야
지자체의 리더십과 도시민·농민의 자발적인 참여 역량 개발 ‘관건’

[ 글싣는 순서 ]
Ⅰ. 개황
Ⅱ. 농업 구하기
Ⅲ. 농촌 구하기
Ⅳ. 방향성

한국농촌경제원이 지난해 말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민보다 도시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가치 인식이 더 높다. 도시민 82%가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같은 응답을 한 농민은 63.6%에 그쳤다.

타 산업과 비교한 농업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도 도시민 34.6%가 긍정적이었으나, 농민은 19%에 불과했다. 이 조사 결과는 농업과 농촌 구하기의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농 상생이 농민을 구제할 핵심조건이라는 전제의 지표에 힘이 실리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농민들에게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또 난제를 제시한다. 농민들의 농촌생활 만족도가 2년 째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열악한 주거와 생활환경(36%)이 가장 큰 불만족 이유였고 미흡한 의료환경(26.7%)이 그 뒤를 이었다.

또, 5년 전에 비해 생활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농민은27.9%에 불과했다. 정주환경 개선과 사회 인프라 구축을 통해 농촌공동체에 의욕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급선무다. 도·농 통합도시를 운영하는 익산시는 특히, 농촌권의 상대적 박탈감을 지워 농민들로 하여금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준비를 능동적으로 갖추도록 기반 조성에 나설 책임이 큰 지자체다.

농민들이 새 환경에 도전할 준비가 되더라도, 도시민들이 농촌경제 활성화에 참여할 필요성이나 그 가치를 인식하는 정도가 미약하다면 지역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은 요원하다. 그런데 도시민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도와 자신과 농촌의 관련성을 인식하는 수준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농업정책을 포함한 농업·농촌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도시민들은 35%에 불과했다. 이는 1년새 4.5% 하락한 결과다. 농촌 문제와 자신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40.5%가 "관계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년 전 51.7%, 1년 전 49.6%에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준다.

지자체가 도시민들의 농촌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데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 강조되는 이유다.

같은 조사결과 가운데 농민과 도시민들의 농업정책 전반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보면, 농민은 '소득안정'을 바라고 도시민들은 '안전식품'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투자확대분야에서 '농산물 가격안정 정착'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농민 53.3%가 국산 농식품 안전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도시민 65.7%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도·농간 안전식품 공유와 생산에 대한 신뢰 구축을 위해 로컬푸드 시스템을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조사에서 도시민들은 농촌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활동으로 주말농장(29.5%)과 전통 테마마을 체험(22.7%)을 꼽았다. 무차별적인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방지하면서도 농촌공동체 복원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조사결과다.         

이 조사결과는 특히 기존의 농촌 정책 부재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농촌을 단순한 식량생산기지로 국한하고, 값싼 노동력 공급기지라는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해 온 정책의 한계를 가리킨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정책이 농업생산성이 곧 농촌발전이라는 시각에 입각했기 때문에 사실상 농촌개발정책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위주 또는 설계위주 농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실패한 정책의 현주소다. 반면, 농촌의 다양한 컨텐츠와 소프트웨어 개발로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농민과 도시민들 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실질적인 농업소득의 증대와 농업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농촌 개발에는 경제적 지속성 못지 않게 삶의 공간으로서 사회적 지속성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또한 풍부한 환경의 가치(여유, 정감, 평온, 친근감, 좋은 관계 등)들을 유지·보전하는 환경적 지속성 강화도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는, 고부가가치 농업육성, 농식품의 상품화, 농촌어메니티자원의 발굴, 농촌관광활성화 등 새로운 소득원과 농촌개발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의 요체다.

이같은 요강을 토대로 농촌공간은 농민과 농업만을 위한 공간에서 새로운 기능을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농민은 물론 비농업인의 정주공간과 휴양공간, 새로운 산업공간 등이 활발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농촌의 기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계획수립과 사업수행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리더십은 물론, 농촌개발 사업의 집행과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도시민과 농민의 자발적 참여와 역량 개발이 요구된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