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암리 만연하는 원인, 구조적 문제 및 솜방망이 처벌 때문 지적
실질적인 심사제도 개선 및 내부적으로 도덕적·윤리적 각성 절실

석·박사 논문을 대필해 주고 학위를 취득하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익산지역의 W대학교 의대 교수들과 현직의사 등 27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이른바 ‘학위장사’에 대한 강력한 근절대책 마련이 시급히 촉구되고 있다.

지난 25일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 최헌만)는 정상적인 출석이 어려운 개업의나 전공의들에게 논문대필에서부터 출석·과제물·시험 등 학사과정 전반에 걸친 편의를 제공해주고 해당 논문을 통과시켜 석·박사 학위를 취득케 한 대가로 9,430만원을 교부받은 A교수를 비롯한 의대 교수들과,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논문을 작성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와 의사 등 총 27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돈을 받고 대필해 준 논문으로 사립대학 및 국립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함으로써 대학교의 논문심사 및 학위수여 업무를 방해했고, 이를 학회지에 게재하면서 실제 연구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등재하는 방법으로 학회의 논문심사 및 학회지 발간 업무를 방해했으며, 학회지 게재논문에 표시된 부당 저자 명의를 이용해 대학교로부터 교비연구비 6,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에 무더기로 적발된 이들은 전부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교수이거나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현직의사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범행 자체가 출석에서부터 논문대필, 이를 이용한 학위취득까지 원스톱으로 행해졌을 뿐만 아니라 해당 논문의 학회지 게재 및 교비연구비 편취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범죄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하고 도덕적·윤리적 측면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A교수가 속해있는 대학교는 지난 2005년에도 이른바 ‘학위장사’로 10여명의 교수가 사법처리 되는 등 한 차례 큰 홍역을 앓았던 전례가 있는 대학으로, 당시 동료 교수들이 이번 사건과 동일한 범행으로 기소되자 A교수는 재범 방지를 위해 전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구윤리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강의를 하는 도중에도 이번 사건 범행을 계속해서 저질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당시 기소돼 대학을 떠났던 교수들이 이후 다시 복직해 교수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논문심사 등에 관한 제도적인 문제점과 함께,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과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등이 ‘학위장사’ 근절을 가로막고 있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사법적 대처와 더불어 논문심사, 교비연구비 지급과정에서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수수, 가짜 박사 양산, 허위 저자 등재, 교비연구비 편취 등 위법행위가 드러난 대학 교수들에 대해서는 해당 대학 및 교육부에 통보해 대학 학사관리의 지휘 감독에 참고하도록 할 예정”이며 “부당하게 학위를 수여받은 ‘가짜’ 석·박사들에 대해서도 해당 대학에 통보해 학위취소 등 행정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이를 끝까지 추적해 모두 환수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회지도층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엄단하는 등 교육비리를 근절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