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한 것으로 드러난 학위장사, 그 전말은?전주지검 형사2부(부장 최헌만)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과 학위가 필요한 개업의·전공의들 간 돈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 학위를 취득케 하는 이른바 ‘학위장사’가 여전히 음성적으로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범행 사실은? A교수 등은 지난 2007년 3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총 11명으로부터 논문대필 및 논문심사 편의제공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9,340만원을 수수했다. 또한 이들은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등 자격 없는 대학원생 16명에게 학사 일정의 편의를 제공해주거나 논문을 대신 작성해 준 뒤 논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대필한 논문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을 공동저자·제1저자·교신저자 등으로 등재한 논문 26편을 학회지에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비연구비 6,000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수사 초기에 이들은 모두 논문대필 사실 및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했으나,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이들의 컴퓨터에서 논문과 발표 슬라이드를 작성한 흔적 및 이를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USB에 복사한 흔적 등 논문대필의 물증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학사일정 관리에 있어서는 정상적으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대학원생들에 대해 모두 출석한 것으로 처리했고 행정조교를 통해 인터넷강의 수강신청 및 수강을 관리해줬으며, 시험에 있어 예상문제를 알려주고 일정수준 이상의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원생이 대필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그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하게 되는데, 그때 다른 대학원생을 공동저자로, 또 다른 교수를 교신저자로 해 학회지에 게재함으로써 다른 대학원생에게는 박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논문실적을, 또 다른 교수에게는 연구실적을 제공하고 해당 교수 명의로 교비연구비를 수령한 뒤 이를 돌려받아 교실운영비로 사용했다. 논문대필과 관련해서는 연구원들이나 교수가 처음부터 직접 대학원생의 논문을 100% 작성해 제공하기도 하고, 대학원생이 작성한 초안을 받아 완성해 주기도 했다. 특히 일부 교수는 논문발표시에 언급할 내용까지 상세히 적은 논문발표용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까지 만들어서 대학원생들에게 제공했다. 지도교수와 논문을 대신 작성한 교수 등은 대학원생의 논문이 대필 논문이어서 학위취득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논문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합격 판정을 함으로써 학위를 취득케 했다. 이러한 범행을 통해 A교수 등이 대학원생들로부터 수수한 논문대필의 대가 및 타인명의로 부당 수령한 교비연구비는 대부분 소속연구원의 인건비나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등 교실운영비로 사용됐으나 일부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석·박사 학위는 얼마? 개업의 또는 레지던트 과정의 전공의 등 지속적인 수업출석이 어려운 대학원생들에게 출석·과제물·시험·논문작성에 필요한 실험·논문작성 및 논문심사 통과 등 학위취득과정 전반에 걸친 편의를 제공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이들은, 박사학위의 경우 학사일정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10만원씩 2년간 합계 240만원과 실험비 등 명목으로 800~1,000만원 등 총 1,000~1,200만원을 받았고 석사학위의 경우 실험비 등 명목으로 360~550만원을 받았다. 올해 기준 학위취득을 위해 대학에 납부해야 하는 고정비용이 박사의 경우 3,100만원 상당이고 석사의 경우 2,800만원 상당인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대학원생들은 박사의 경우 4,400만원 상당, 석사의 경우 3,400만원 상당의 돈을 내고 학위를 ‘구입’한 셈이다. ◈ 도대체 왜? A교수 등은 소속 연구원이나 대학원생들을 개인 연구에 동원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추가로 지급할 급여 등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해당 대학교에서는 교실운영비로 연간 600만원, 조교로 등록된 연구원들에게 급여로 월 100만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A교수 등이 자신들의 연구에 이들을 동원해야 했기 때문에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자신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자금을 ‘학위장사’를 통해 조달한 것. 또한 A교수 등은 논문대필 등 학위취득에 있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고, 대필한 논문을 마치 다른 교수가 작성한 것처럼 학회에 다른 교수의 명의로 발표하고 이를 이용해 대학교로부터 교비연구비를 수령한 뒤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해당 대학교에서는 교수 1명당 1년에 1회에 한해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대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재원으로 연구비를 보전해 주는데(국내학회지 500만원, 국외학회지 700만원),A교수 등은 ‘교수 1명당 1년에 1회’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교수 명의로 교비연구비를 수령한 뒤 이를 돌려받아 사용했던 것이다. 반면 대학원생들은 교수채용 또는 병원운영을 위해서 학위취득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개업의·전공의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관계로 정상적인 출석 등 학사과정 이수가 어려워 돈을 주고서라도 학위를 취득하고자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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