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농협에 끼친 손해, 책임규명 명확히 해야

부당인사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원직복직 명령을 받았던 익산농협이 이름뿐인 후속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잘못된 인사로 해당 직원이 감수한 불이익은 물론, 법원 판결에 따른 보상과 재판까지 이르는 데 소요된 비용, 후속조치로 새로 만들어진 고액연봉자의 임금, 그리고 농협 이미지 훼손 등 익산농협에 피해를 끼친 이번 사안에 대해 명확한 책임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2년 2월에 있었던 인사이동.

당시 익산농협은 3급 지점장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A직원을 본인의 동의 없이 북익산농협으로 전적시켰다. 이에 A직원은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이후 익산농협 측과 복직에 대한 구두합의가 이뤄져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하지만 이후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A직원은 2013년 7월 익산농협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5월 1심에서 당시 전적은 무효이며 익산농협은 그동안 입금차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익산농협 측은 항소심 신청만 해 놓고 이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시간을 끌었고, 원직복직이나 입금차액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A직원은 유체동산 가집행을 법원에 신청했고, 그 결과 지난 9월 2일 익산농협에서는 사무실 내 컴퓨터와 집기 등에 빨간 딱지가 붙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익산농협 이완구 조합장은 부랴부랴 사비로 보상금을 선지급하고 빨간 딱지를 떼어냈다.

이같이 사태가 불거지며 논란이 일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장이든 이사회든 잘못을 명백히 밝히고 조합에 끼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후 익산농협은 원직복직을 이유로 지난 9월 22일 인사이동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A직원은 원 소속이었던 익산농협으로 돌아왔으나, 맡게 된 임무는 ‘민원상담역’이라는 생소한 직책이었다.

3급인 A직원을 복직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3급 임원 중 한 사람이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익산농협 측이 부랴부랴 ‘민원상담역’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낸 것.

실제 A직원은 익산농협 본점 사무실 한가운데 놓인 책상에 홀로 앉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무실은 창구 안쪽에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민원상담역의 자리는 창구 밖 공간에 임시자리인 것처럼 위치해 있으며 별도의 직원 없이 A직원 혼자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를 두고, 연봉 실수령액이 7,000~8,000만원에 이르는 고액연봉자가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닐뿐더러, 이 또한 A임원에 대한 보복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산농협 관계자는 “임금차액 보상과 관련해서는 이완구 조합장이 사무실의 장으로서 당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먼저 선지급한 것이며, 이후 책임 여하에 따라 구상권 행사 등이 이뤄질 것”이며 “A직원은 현재 익산농협 기획총무부 소속으로 급여나 복지 등 모든 부분에서 전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차후 인사에서 자리가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