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을 데도 없고 너무 더러워. 그냥 가자.”

함라산 둘레길을 방문한 관광객 대부분이 남기고 간 불만들이다. 함라산 둘레길 한 가운데 위치한 공영주차장과 공중화장실 관리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고 자연생태를 연결해 걷고 싶은 길을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함라산 둘레길이, 도리어 익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장소가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조성된 함라산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함라산의 다양한 생태를 만날 수가 있다. 또한 함라 삼부잣집에서부터 산림문화체험관과 최북단야생차군락지, 입점리고분전시관과 웅포곰개나루를 거쳐 숭림사까지 이어지는 함라산 둘레길(23.9km)은 익산지역 곳곳에 조성된 여러 둘레길 중에서도 매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 위치한 공중화장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저절로 돌리게 했다.

실제 지난 16일 찾은 이곳에 간이시설로 마련된 화장실은 배수시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내부에 쓰레기가 넘치도록 쌓여 있어 사용하기 어렵고 악취도 심한 상태였다.

또한 간이화장실을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한 가운데,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불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인근 주민 A씨는 “주차장이 조성되고 간이화장실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인근 식당 주인이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하고 주변 환경정리도 했지만, 몇 달 계속해서 하다 보니 힘에 부쳐 결국 시에 민원을 제기하게 됐다”면서 “이후 시 공무원들이 나와 몇 번 청소를 하거나 제초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이곳 함라산 둘레길 입구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말의 경우 평균 200여명이 넘는다. 하지만 화장실을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결국 용무를 보지 못하고 그냥 되돌아가거나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의 혈세를 가지고 조성한 함라산 둘레길이 오히려 익산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드는 셈이 된 것이다. 이에 화장실 및 주차장의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정기적인 청소와 관리를 통한 화장실 청결유지와 야간 방문객들을 위한 전등 설치, 둘레길 등산객들이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 설치, 그리고 주차장 환경정비를 위한 쓰레기통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근 웅포캠핑장을 시가 직접 관리할 당시에는 캠핑장에 상주하는 공익요원 등이 오가며 주차장과 화장실 관리를 수시로 해오다가, 웅포캠핑장 위탁 관리를 시작하면서 관리가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관리 소홀을 일정 부분 인정하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함라산 둘레길을 통해 익산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 주기적인 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화장실 전등 설치나 수도꼭지 설치는 추후 예산에 반영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