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성 물건 ‘로켓캔디’ 준비해 범행.. 사전 예고까지
통일 위한 토크콘서트 아수라장.. 공범 여부 집중 수사

지난 10일 토크콘서트 도중 폭발성 물건 투척 직후, 아수라장이 된 신동성당.

지난 10일 신동 성당에서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가 한 고교생의 폭발성 물건 투척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관련기사 10면]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신동성당에서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익산 A고등학교 화공과 3학년 오 모 군의 범행이 일어나기 전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토크콘서트에서 신은미 씨는 자신을 향한 마녀사냥과도 같은 비난에 대해 반박하며,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올 때까지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콘서트가 시작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인 오후 8시 30분께, 오 군은 신은미 씨에게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하셨죠?”라고 물었으며, 신 씨는 “저는 지상낙원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책을 한 번만 읽어봐 주시기는 바래요”라고 답했다.

이어 오 군이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주변 사람들과 행사 스태프가 차후 따로 마련된 질문시간을 활용할 것을 당부하며 제지했다.

이에 오 군은 미리 준비한 양은냄비에 질산칼륨·설탕 등으로 제조한 일명 ‘로켓캔디(고체 연료)’와 적린과 황을 섞은 점화제를 혼합한 후 불을 붙였다.

오 군이 신은미 씨와 황선 씨 쪽으로 다가가자 주변 사람들이 이를 제지했고, 그 과정에서 냄비에 담긴 인화물질이 바닥에 떨어졌다.

곧바로 굉음과 함께 연기가 행사장에 가득차면서 관객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바로 옆에 있던 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와 행사 스태프 1명이 화상을 입어 긴급 후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오 군은 약 5개월 전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구입한 화학약품을 보관하고 있었으며, 평소 북한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을 갖고 있다가 이번에 익산에서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극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오 군은 범행 전날인 9일 오후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에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 집 근처에 신은미 종북콘서트 여는데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라는 내용과 ‘봉길센세의 마음으로 - 찬합통에 폭약을 담았다. 내일이 기대된다’라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게시해 범행을 암시했고, 범행 당일 현장에서도 ‘빼갈 한 병 마시고 벼르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오 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현장에서 즉시 검거해 수사를 펼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모두 퇴원한 상태이며, 오 군의 사전 공모 및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