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사업자 교체할만한 단계 아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및 당시 코오롱건설 호남본부장 법정 진술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박경철 후보의 희망후보 명칭 사용이 적절치 않았다는 점과, 채규정 시장 재임시절인 2006년 6월 30일까지 소각장 사업자를 교체할 만큼 행정행위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였음이 드러났다.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박경철 시장의 4차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측은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선임 연구원인 송 모 씨와 소각장 사업 추진 당시 코오롱건설 호남본부장이었던 고 모 씨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서 “희망제작소에서 ‘인증 받은’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적절치 않다”라는 진술과 “채규정 시장 재임시절인 2006년 6월 30일까지 구체적으로 소각장 사업자 교체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이 진행된 단계가 아니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날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는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신) 심리로 네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선임연구원 송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증인의 연기신청으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됐으며,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당시 청소과장 이 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변호인 측이 증인신청을 철회해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오전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증인 요청한 홍희망(가명) 씨의 비공개 신문을 두고 약간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검찰 측은 “비공개를 신청한 증인에 대해 공개 신문을 벌일 경우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재판부에 비공개 신문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변호인 측은 “그렇게 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만큼 공개 심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은 “공직선거법상 특정범죄신고자에 대한 보호 규정은 있지만, 검사의 의견서를 보면 그럴만한 상당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공개 신문시 실제 어떤 불이익이 염려되는지 비공개 의견서나 소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검찰 측에 요구하며 홍희망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오는 23일로 연기했다.

결국 이날 오후 2시 부터는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선임연구원 송 씨와 당시 코오롱건설 호남본부장이었던 고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 희망후보 공표와 관련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선임 연구원인 송 씨를 상대로 변호인 측은 ‘희망후보’라는 명칭이 희망제작소가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변호인 측의 질문에 송 씨는 “희망후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협약을 맺은 당사자에게는 선거 이전인 5월초부터 직접 지역을 순회하며 협약식을 맺고 협약서를 작성하고 현수막을 배부했으며, 이와는 달리 목민관클럽 학교 100시간 수료자를 대상으로는 격려차 현수막과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희망후보와 관련해 피고인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있는데 그런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피고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박경철 선거캠프 측과 통화한 적이 있다”면서 “희망후보라는 명칭은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협약을 맺지 않은 박경철 후보 캠프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목민관클럽 교육 이수한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역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송 씨는 “희망후보 명칭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라고 진술했다.

희망제작소 송 씨, “당시 박경철 후보와 희망후보 명칭 사용 관련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앞선 선거대책본부장 최 씨의 “희망후보 관련 보도자료 배부는 내가 전권을 행사했다”는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

이 부분과 관련,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호인 측이 언급한 대로 피고인이 직접 송 씨와 통화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최 씨가 박경철 후보는 희망후보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에 대한 보도자료 배부는 자신이 전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일관했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희망제작소 측의 희망후보 선정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송 씨는 “희망제작소는 지역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은 것이지, 희망후보를 선정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검찰 측이 ‘희망제작소가 추천하는 지역 희망후보로 선정됐다’라는 내용을 담아 희망제작소 측에서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견본을 제시하며, “이러한 보도자료 견본을 보내면서도 희망후보를 선정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송 씨는 “함께 근무하는 권 모 팀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권 팀장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희망제작소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도 역시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보도자료 견본을 보낸 당사자가 아닌 송 씨가 권 팀장 내지는 희망제작소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답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송 씨는 당시 익산시청 출입기자가 정책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후보가 희망후보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를 질의한 것에 대해서는 “희망후보 명칭 사용이 적절치 않다고 했지만, 박경철 후보가 희망후보가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한 적은 없다”고 모호하게 진술했다.

희망후보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지자 빌미를 제공한 희망제작소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며, 논란이 되고 나서 내부적으로 회의를 한 후 양쪽 후보 측에 소장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와 목민관클럽 교육을 이수한 후보를 구분했어야 했는데 똑같은 현수막을 보낸 것은 잘못”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박경철 선거캠프에서 배부한 보도자료 중 ‘희망제작소에서 인증 받은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과 관련해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와 관련해 송 씨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는 “자신의 권유에 따라 사용한 것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이후 검찰 측이 실제 보도자료를 슬라이드에 보이며 재차 묻자 “인증 받았다고 한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우(右)배석판사가 희망제작소에서는 희망후보라는 명칭을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송 씨는 “권 팀장이 만든 보도자료 초안에 기인한 것 같다”고 답했다.

# 소각장 사업자 교체 발언과 관련

변호인 측은 당시 채규정 시장이 소각장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변호인 측이 소각장 사업자 선정 당시 코오롱건설 호남본부장이었던 고 씨에게 “20여년 건설업계에 근무하면서 지자체 공사에서 지자체장이 1건의 발주를 위해 10여 차례 주민·공무원 등과 함께 시설을 견학한 사례가 있었는지” 묻자, 고 씨는 “그런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당시 평가위원 명단 확보가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학연이나 혈연, 지연 등으로 인프라가 이뤄지기 때문에, 호남지역 인사들을 대상으로 풀명단을 예상해 관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고 씨는 “당시 코오롱건설이 많은 노력을 했고 지역을 대표하는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고 점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대우건설이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익산은 쓰레기 대란이었고 집행부에서 반드시 소각로와 매립장을 병행해서 설립해야 하는 곳으로 코오롱건설이 만든 파주 소각장을 지목했기 때문에, 정당하게 게임을 했더라면 코오롱건설이 선정되는 것이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당시 코오롱건설 호남본부장 고 씨, “채규정 시장이 ‘정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바꿨을’ 만큼 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단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진술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고 씨의 진술은 이번 사건의 쟁점인 채규정 시장이 ‘정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바꿨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진술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 검찰 측은 본격적인 신문에 앞서, “증인 고 씨가 사전에 변호인 측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접촉을 한 것이 형평에 맞지 않고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기 때문에 사전에 만날 수는 있는 것이며, 참고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 측은 TV토론회에서 당시 박경철 후보가 경쟁자였던 이한수 후보를 상대로 채규정 전 시장이 익산시 쓰레기소각장 사업자를 코오롱으로 ‘정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대우건설로 ‘바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날 검찰 측의 신문은 채규정 시장 재임 당시 사업자가 코오롱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 측이 “채규정 시장 재임시절인 2006년 6월 30일까지 구체적으로 소각장 사업자 교체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이 진행된 단계였느냐”고 묻자, 고 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고 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박경철 후보의 발언과는 달리 교체할 대상인 소각장 사업자가 아직 선정되지도 않은 단계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결국 채규정 시장 당시 사업자가 정해지지지도 않았고, 이한수 시장이 바꿀 대상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당시 박경철 후보는 토론회 자리에서 A4 용지를 흔들어 보이면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향후 5차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로 예정됐으며, 이날 홍희망 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서증조사, 피고인 신문에 이어 검찰 측과 변호인 측 최종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