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회 이전에도 소각장 발언.. 우발적 아냐

희망후보 보도자료 배부, 그간 주장과 배치.. 법원 판단 관심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소각장 발언.. 근거는 의혹제기 기사 뿐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 새 증인 채택.. 변수 가능성 이목 집중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박경철 후보가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님을 인지한 상태에서 보도자료 배부를 용인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과, TV토론회 소각장 사업자 교체 발언이 토론회 이전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언급되는 등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지난 23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는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신)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희망후보 공표와 관련해 피고인 신문조서와 지역 언론인과의 전화통화 음성파일 및 녹취록 등을 제시하며 당시 박경철 후보가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직접 확인하고 인지한 상태에서 보도자료 배부를 용인하고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소각장 사업자 교체 발언과 관련해서는 TV토론회 영상을 제시하며 토론회 이전인 지난 5월 16일에 이미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교체 발언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희망후보 공표와 관련해 당시 박경철 후보 선거캠프 내부관계자 A씨를 비공개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임을 의심하며 “이 증인을 채택하는 것은 진술의 신빙성이 결여돼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단 진술을 들어본 후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면 탄핵하는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면서 시기적으로 늦은 점과 진술의 신빙성 문제 등을 고려해 공개 신문을 조건으로 증인을 채택했다.

이어 재판부는 증인 홍희망(가명) 씨에 대한 검찰 측의 비공개 신문 요청을 받아들여, 방청객이 모두 퇴정하고 방어권 차원에서 피고인은 참석한 상태로 40여분간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후 2시간이 넘게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이후 결심 공판은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에 진행되며, 새로 채택된 증인에 대한 신문과 피고인 신문, 검찰과 변호인의 최종변론에 이어 검찰의 구형이 진행될 예정이다.

# 희망후보 공표와 관련

검찰 측은 희망후보 명칭 사용 보도자료 배부와 관련해 “당시 박경철 후보가 자신이 정책협약을 맺지 않아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후보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박경철 후보는 5월 29일 오전 10시경 114를 통해 희망제작소 송 모 씨와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정책협약을 맺지 않은 자신은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지했다. 이는 선거대책본부장인 최 모 씨가 보도자료 배부와 관련해 전권을 행사했고 박경철 후보는 희망후보와 관련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그간의 진술들과 정면으로 배치돼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연합뉴스 6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경철 후보는 “당연히 희망후보라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계속 사용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는 이미 자신이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후보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박원순 시장의 깨끗한 이미지 프리미엄을 얻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철, “나는 희망후보가 아니네”
직접 전화통화하고 확인 및 인지
검찰, “그럼에도 불구 명칭 사용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

또 검찰은 “피고인 신문과정에서 피고인이 처음에는 희망후보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은 희망후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기억이 없으며 희망후보 관련 보도자료는 최 씨가 상의 없이 무단 배포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지역 언론인과 전화통화 녹취록을 제시하자 당황하며 해당 기자는 척을 지고 있어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공개한 전화통화 음성파일에서는 박경철 후보가 “희망후보는 협약식을 해야 돼. 나는 희망후보가 아니네”라고 한 발언은 물론, 기자는 유도질문 없이 “예”라는 대답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검찰은 당시 바빠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희망후보 여부를 확인한 점, 희망후보가 아님을 인지하고도 최 씨의 보도자료 배부에 대해 질책성 말이나 수정 지시를 하지 않았던 점, 당시 선거캠프에서 언론 보도를 상시적으로 스크랩해 게시판에 게시했으며 사무실 구도상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점 등을 제시하며 “이는 명백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의견이 없다”고 밝혔으며, 검찰 측의 서증조사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0년에 당시 박경철 후보에게 보낸 선거격려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고 상영했다.

# 소각장 사업자 교체 발언과 관련

소각장 발언과 관련해서 검찰 측은 JTV, MBC, KBS 등 TV토론회 동영상을 차례로 상영하며 피고인의 당시 발언이 근거 없는 허위였음을 주장하는 한편, 이에 앞서 5월 16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소각장 발언이 있었던 사실을 토대로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검찰은 “피고인이 TV토론회에서 부채 문제와 관련 소각장 사업 추진이 그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나온 의혹 제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토론회 진행 과정이나 태도로 볼 때 피고인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말하면서 상대인 이한수 후보에게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론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다소 과열된 상태였지만, 엄연히 사회자가 있었고 토론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TV토론회보다 앞선 지난 5월 16일 당시 박경철 후보의 공식 출마 기자회견문을 제시하며, “이 발언이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기자회견문에는 “채규정 시장이 임기 중에 소각로를 코오롱건설로 추진했는데, 이한수 후보가 취임 후 전격적으로 대우건설로 교체한 이유를 31만 익산시민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으며, 당시 박경철 후보는 이를 이한수 시장의 대표적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TV토론회 당시,
상대 후보 해명 기회 없이 자기 말만
채규정 전 시장이 ‘정한’ 것 근거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언론보도뿐
들은 바 없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또한 검찰은 소각장 발언의 근거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던 피고인 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당시 사업자가 코오롱으로 내정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규정 전 시장이 정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 근거에 대해 채규정 전 시장에게 들은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라고 답변했고, 구체적으로 일부 공무원에게 들었다고 했는데 이름을 묻자 “모르겠다”라고 답변했으며, 제3자를 통해서 들었다는데 누구냐는 질문에는 “기억을 못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피고인이 내세운 증거는 당시 일요서울과 소통뉴스의 기사뿐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일요서울 기사는 신원미상의 진정서를 소개하는 수준과 다를 바 없는 보도였으며 일부분이 허위로 드러났고, 소통뉴스의 경우 당시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로부터 재검토 이후 소각장 관련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진술을 받았다”면서 “평소 피고인은 언론에 나온 것은 반만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자나 언론사에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검찰 측이 ‘내정’이란 표현을 자꾸 쓰는데, 피고인은 당시 코오롱에서 스토커 방식으로 건설했던 파주 소각장이 익산 상황과 맞아 유리했다는 당시 분위기를 말한 것”이며 “일요서울은 해외지사까지 둔 유명한 중앙언론사(주간)로 이를 보고 신뢰를 갖기 충분하며, 2006년 6월 채규정 시장 재임 당시 코오롱이 주도권을 가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새로운 증인, 관심증폭

이날 검찰 측은 본격적인 증인신문과 서증조사에 앞서 “선거 당시 박경철 후보가 희망후보 명칭 사용 보도자료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을 진술할 증인을 확보했다”면서 재판부에 선거캠프 내부 관계자라고 밝힌 A씨에 대한 증인 채택과 비공개 신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혹시 새 증인이 최근 파면된 익산시청 공무원이 아니냐”고 예측하면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진술의 신빙성이 결여돼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진술을 들어본 후 부적절한 측면이 있으면 탄핵하는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고 말하며 공개 신문을 조건부로 증인을 채택했다. 이로써 새 증인에 대한 신문은 다름 기일인 내년 1월 1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새 증인을 두고 각종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해당 증인이 최근 파면된 공무원이라는 설과 또 다른 캠프 관계자라는 설 등이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최근 파면된 김 모 씨는 “재판에 증인신청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거론되고 있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