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가 KTX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익산시를 비롯한 호남 지역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한국철도공사는 국토교통부에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호남고속철도 운행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3월 말부터 호남고속철의 호남선(용산~목포), 전라선(용산~여수) 운행 편수를 종전 62회에서 82회로 20회 증편 운행하게 된다. 하지만 20회 중에서 18회(호남선 10회, 전라선 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호남고속철도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고속철 구간이 29km 늘어나고 운행시간도 45분 늘어나게 된다. 신설 호남고속철을 이용하면 익산~용산(211km)간 운행시간이 66분 소요되는 운행시간이, 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111분이 소요된다.

이에 익산시는 KTX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박경철 시장은 “정부가 검토 중인 KTX의 상당편수를 서대전역으로 우회 운행하는 방안은, 수도권과 지방을 신속하게 연결하기 위한 호남고속철도의 건설목적과 운영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회 운행은 8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호남고속철도의 건설을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방안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낙후된 호남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32만 익산시민에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익산시의회는 “오늘 제183회 임시회에서 호남고속철도 KTX 노선변경 요구 규탄 성명서를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광주광역시와 전남·북 등 호남권 광역의회 의장단협의회도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호남고속철도가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되면 운행시간이 늘어나면서 저속철이 돼, 고속철도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나며 국책사업의 실효성도 거두기 어렵게 된다”면서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 측에 호남고속철도 일부 서대전역 경유안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한 전북도의회도 이날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서대전역 경유 구상이 시간 절감과 교통 편의성 측면에서 고속철도의 기능을 담보할 수 없는 방안일 줄 알면서도 무리한 계획 변경을 검토하는 이유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와 전주시 등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용산에서 익산까지 66분이 걸리지만,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45분이나 더 걸려 고속철도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면서 “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토부는 내달 6일까지 한국철도공사의 호남고속철 종합운영 계획안을 검토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