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오산면 일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익산-대야 간 복선전철 건설사업이 설계과정에 문제가 있는 부실공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과정에서 지반강도 측정이 잘못돼 개펄로 이뤄진 약한 지반에 성토작업을 강행하면서 논이 밀려 올라오고 땅이 기울어지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사업주체인 철도공단 측은 공법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주민들이 위험한 성토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안전한 교량을 설치할 것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 물리적 충돌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노선 전체 설계과정에서의 지반강도 측정. 이 공사는 오산면 지역 농토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철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공사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20일 8m 정도 성토된 흙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흙이 논바닥 밑으로 흘러들어갔고 주변 논 600m 가량이 융기되거나 땅이 기울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개펄로 된 연약지반의 강도를 고려치 않고 평균값으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

이에 오산면 주민들은 부실철도공사 오산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성명서를 통해 “개펄로 이뤄진 농지에 8m 높이로 흙을 쌓아 철길을 놓는다는 계획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공사를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주민들에게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도공단 측은 지난 5일 오산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오산면 주민을 대상으로 지반 융기 상황에 대한 문제점 원인분석과 대안 등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지반공학회 강인규 박사는 “시공 자체의 문제는 없었다. 전체 구간에 대해 지반강도에 대한 조사·실험을 통해 강도 값을 찾았지만, 설계당시 한 구간 설계가 아닌 노선 전체를 설계하다 보니 평균값보다 낮은 구간이 문제가 됐다”면서 설계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또한 “밀림발생구간을 GCP공법으로 전환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밀림이 발생되지 않은 구간에는 PBD공법으로 가시공, SHEET PILE공법으로 추가보강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철도공단 측은 설계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법을 변경할 경우 91억원 가량 필요한 예산이 교량을 건설하게 되면 280억원 가량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법만 변경해 성토를 계속 하고 철로를 깔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과 안전하고 합리적인 철로공사를 위해 교량으로 설계를 변경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산면의 농경지는 갯벌을 간척해 사용했기 때문에 지반이 매우 약하다. 약한 지반에 철로를 세우기 위해 8m를 성토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며칠 전 오산면 주민들이 시공사를 찾아가 교량작업의 철로공사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그날 받은 답변과 오늘의 설명회는 다른 부분이 하나도 없다.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성토가 아닌 교각작업을 원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오산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철로문제로 주민들의 고통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철로사업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의 의지를 무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로 법조항만 내세워 성토공사를 진행하는 시설공단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 최초시점에 관계당국이 이런 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됨에도, 이제와 이런 자리가 생긴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주민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물리적 충돌도 불사할 것이며, 제2의 강정마을 사태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산면 주민 A씨는 “시설공단에서 교량 계획을 내놓지 않고 주민들과의 의사소통 없이 계속 성토공사를 진행한다면 부실철도공사 오산면대책위원회는 실력행사를 불사할 것이며, 논에 트랙터라도 갖다 놓고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과 자리를 함께 한 시의회 최종오 의원은 “주민들은 성토공사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성토공사로 인해 2차사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밀림현상구간이 589m나 된다. 이 설명회 자리에서 철도공단은 밀림현상구간의 교각설치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하고 왔어야 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에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지반공학회에서 검토를 해 원인파악이 됐고, 오늘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사업방향을 검토 후 자문위원회로 보낼 것”이라며 “추후 자문위원회에서 나오는 판단으로 보강공사 또는 교량화에 대한 계획을 세울 것이고,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예산은 이번 착공에 참여한 관련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관련법에 의거 행정조취를 취한 후 기재부에 예산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