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년 만에 받아들여.. 지난 10일 첫 공판

14년여전 택시기사가 칼에 찔려 살해됐던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관련해 그간 무성했던 의혹의 진실규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경환 부장판사)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인해 10년의 복역을 마치고 세상에 나온 최 모 씨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10일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심개시심문에선 박준영 변호사의 재심사유에 대한 요약적인 진술과 재판부의 단한 심문, 원고 최 모 씨의 입장진술이 있었다.

재판부는 요약 진술과 원고의 입장진술을 토대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재심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고 이 날 심문을 마쳤다

당초 사건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의 일관성 없는 최 모 씨의 진술, 구체적인 증거 부족, 맞지 않는 사건

정황 등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했다. 40대의 택시기사가 흉기로 10여 차례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당시 담당서인 익산

경찰서는 다방 오토바이 배달원인 최 모 씨를 최초 목격자로 조사해 진술을 받았지만, 3일 후 최 모 씨는 더 이상 목격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이 됐다.

당시 익산경찰서는 다방 배달 일을 하던 최 모 씨가 택시 앞을 지나갔는데 택시기사로부터 욕설을 듣자 흥분해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칼로 기사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증거는 충분치 않았다. 최 모 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입었던 옷 어디에서도 택시기사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공구함에 있던 칼은 낚시할 때 사용하던 과도라고 했지만 증거로 제출된 칼은 자신의 과도가 아닌 다방 주방에 있던 식칼이었다

이에 최 모 씨는 수사과정에서의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폭행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1심에서 15년, 2심에서 5년이 감형된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최 모 씨가 수감 중이던 2003년 6월 군산에서 자백을 통한 진범 추정 인물을 검거했음에도 최 모 씨의 판결이 집행돼 사건은 흐지부지 일단락 됐다.

박준영 변호사는 최 씨의 출소와 동시에 사건을 재조명 하자는 한 기자의 제안과 최 씨의 의지로 재심청구를 진행하게 됐다.

이날 재심개시심문을 마친 박준영 변호사는 “앞으로의 일정은 풀리지 않은 의혹들과 사건의 재조명 그리고 새로운 정황 등 최 모 씨의 결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형 집행이 종료된 사건에 대해 다시 재판을 받아 무죄를 받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며, 확정된 판결을 뒤집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로지 억울한 입장에 서있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