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고시 위반 민간인 소독필증 발급.. 공신력 논란
최근 AI 발생 후속조치도 부실.. 보다 실효있는 대응 필요

주요 길목이 아닌 거점소독시설, 실효성 없는 이동통제초소, 농식품부 고시를 위반한 소독필증 민간인 발급 등 AI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익산시의 방역체계가 구멍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AI 파동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 피해를 감수했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행정으로 최근 신흥동 오리농가 AI 발생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익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2억원 가량의 적잖은 혈세를 투입하고, 수많은 공무원들과 민간인력이 동원돼 24시간 방역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방역체계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축산차량이 주요 길목을 지날 때 이동통제초소에서 차량 바퀴만을 간이소독기로 소독한 후, 익산 시내를 지나 거점소독장소까지 이동해 정상적인 소독을 완료하고 소독필증을 발급받는 구조다.

이는 결국 바퀴만 간이소독을 마친 차량이 시내를 가로지르게 되는 셈이고, 만약 축산차량이 거점소독장소로 향하지 않고 그냥 농가로 들어간다 해도 별달리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에 수억원대의 시민 혈세 투입은 물론 불철주야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결국 농가와 축산차량 운전자들의 양심에 호소해야 하는 방역체계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실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번 AI 발생이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

지난해 11월 김제 종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함에 따라 익산시는 특별방역대책상황실을 마련하고 익산군산축협과 하림,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3개소에 거점소독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점은 모두 인접 지역에서 익산으로 들어오는 주요 길목이 아니라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 방역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동통제초소에서 차량 바퀴만을 간이소독기로 소독한 잠재적 위험 차량이 시내를 활보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동통제초소를 그냥 지나치거나 거점소독장소 안내를 받고도 그대로 농가로 향하는 축산차량의 경우에는 별도의 제재수단이 없다.

실제로 소독 미실시 및 소독필증 미휴대 적발로 인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결국 축산차량 운전자들과 농가의 양심에 호소해야만 하는 구조다.

이와 같이 실효성이 의심되는 방역체계는, 익산시가 전북도의 계획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결과다. 차량이 그냥 지나치는 경우 대응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거점소독장소의 추가 배치 없이 현재 3개의 거점소독장소를 운영하는 것이 전북도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익산시의 설명이다.

이에, 그간의 경험으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 AI 발생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익산시가 너무 안이한 방역체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초 김제에서 들어오는 목천삼거리(23번 국도)를 비롯해 웅포대교(723번 지방도), 군산 서수 경계(27번 국도), 왕궁온천 앞(1번 국도), 보석박물관 앞(799번 지방도), 익산군산축협(711번 지방도) 등 주요 유입도로 길목 6곳에서 철통방역을 펼쳤던 것에 비하면, 이번 3개의 거점소독장소는 구멍투성이 방역체계라는 지적이다.

이같이 유명무실한 방역체계는, 결국 지난달 26일 신흥동 소재 오리농가의 AI 발생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시는 자원봉사자 공무원 30여명을 동원해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오리 9,600수를 긴급 살처분해야 하는 고통을 감수했다.

지금까지의 방역체계에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철통방역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 3개의 거점소독장소 외 추가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발생농장 진출입로에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한다는 발표와는 달리, 현장 농가 출입로에는 출입통제 간판만 덩그러니 놓여 있으며, 용무가 있을 시 연락하라는 내용이 표시돼 있지만 정작 연락처는 나와 있지 않다.

그야말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출입통제라는 지적이다.

시민 이 모(모현동, 36) 씨는 “그동안 그렇게 끔찍한 피해를 보고도, 전북도에서 3개 운영하라고 달랑 3개만 운영하면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시민 누가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예산 부족 탓만 하지 말고, 예방이 최우선인 AI 방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거점소독장소를 추가 설치하는 등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민간인이 소독필증을

시가 운영하고 있는 3군데의 거점소독장소에서는 정상적인 소독을 마친 축산차량에게 소독필증을 발급한다. 하지만 이 중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수개월 동안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력이 소독필증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AI 발생을 막기 위해 소독을 실시하고 정상적으로 소독이 완료됐음을 나타내는 이 증명서를 민간인이 발급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익산시 방역체계의 허술함은 물론 소독필증의 공신력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I 예방통제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거점소독장소에서 발급하는 소독필증은 농식품부 고시에 따라 공무원이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인력동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설치된 거점소독장소에 수개월간 공무원 투입을 하지 않았고, 이 같은 허술한 방역체계는 민간인력 소독필증 발급이라는 농식품부 고시 위반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해당 지역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아 선발된 민간인력에 대한 교육조차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발된 민간인력은 시의 방역체계나 소독방법 및 절차에 대한 집체교육을 받지 않은 채 일단 먼저 거점소독장소에 투입된 후, 담당 계장급 공무원이 투입 당일 초소를 순회하면서 소독 요령 등을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시는 최근 신흥동 소재 육용오리 농가에서 AI가 확진 판정을 받자, 부랴부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신청을 받아 지난 4일부터 민간인력만으로 운영되던 농수산물도매시장 거점소독장소에 공무원을 다시 투입했다.

AI 방역체계는 예방이 최우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AI가 이미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비등한 이유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농수산물도매시장 거점소독장소의 경우 당초 공무원이 투입됐으나, 지난해 연말 이후 공무원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민간인력만으로 운영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익산시뿐만 아니라 전북도 내 대부분의 거점소독장소에 공무원 투입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