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늦지 않았다. 주민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발동권자 박 시장.. 책임 있는 답변으로 주민들 납득시켜야

이날 공개토론회에서 특위 최종오 위원장이인사말을 통해 시민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임형택 부위원장이 그간의 조사내용을 발표했다.

익산시의회 청원심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오, 이하 특위)가 지난 10일 모현도서관에서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과 관련해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서휘석 원광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을 좌장으로 해 진행된 이날 공개토론회는 임형택 특위 부위원장의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특별위원회 조사내용을 발제를 시작으로 박경철 시장을 대신한 이산재 안전행정국장, 우남아파트 임현택 비상대책위원장, 정밀진단업체 (주)한국구조안전기술원 이강일 대표, 시민단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 익산시의회 박철원 의원 등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공개토론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이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 붕괴위험 낙인.. 긴급대피명령 철회가 살 길

이날 특위 최종오 위원장은 “이번 긴급대피명령이 우남아파트의 특정 아파트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되며, 노후 아파트들이 직면해 있는 안전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하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규대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안전의 문제는 어느 누구의 책임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책임의식과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안전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라며 “오늘 공개토론회를 통해 문제점을 올바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전문가들의 식견을 같이 나누고 비단 우남아파트의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행정에서 대책을 마련해 시민이 안전한 도시, 쾌적한 도시 익산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긴급대피명령 이후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우남아파트 관리 운영을 맡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임현택 위원장은 “T/F팀을 구성해 긴급대피명령을 내리기까지 20여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 전체 입주민들과 단 한차례 대화도 없이 성급하게 발동된 긴급대피명령으로 인해 현재 입주민들은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면서 “익산시가 20여년을 이상 징후 없이 잘 살아오던 아파트를 단 20여일 만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아파트, 붕괴되는 아파트로 낙인이 찍히게 만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이로 인해 입주민들은 학교, 유치원, 직장 등 모든 삶의 터전에서 ‘위험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란 시선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일부 주민은 우울증을 호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면서 “시가 누구를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누굴 위해 조사를 하고 대피명령을 내렸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무리 안전을 위한 조치라지만, 그 과정에서 몇몇 공무원들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보수보강 의견도 있었다는데 그 의견을 무시하고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한 이유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서 처리해도 어려운 일을 반대의견까지 무시해가며 강행해야 했던 행정이 제대로 된 절차였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익산시가 진정으로 우리아파트 입주민을 생각하고 있다면 팀을 다시 구성해 제대로 된 안전정밀진단 및 보수·보강 가능여부와 재건축·재개발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입주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대로 된 대피명령이라면 수용하겠지만, 성급하게 발동돼 입주민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긴급대피명령은 하루빨리 철회돼 입주민들에게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공개토론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이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 긴급한 보수·보강 필요한 상태

우남아파트의 구조안전상태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지정토론에 참여한 (주)한국구조안전기술원 이강일 대표는 현재 우남아파트의 안전상태를 D 또는 E등급으로 평가했다.
시민들이 특위의 조사내용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우남아파트는 지난 2002년 하자조사 차원의 정밀안전진단 결과(시설물안전진단전문기관 한국구조안전기술사사무소 수행), 주요결함으로는 아파트 거실부분의 슬래브가 경간에 비해 두께가 얇고 철근배근 위치도 부적절해 균열발생과 함께 처짐 정도가 사용상 처짐 한도를 초과해 구조안전상 불안전한 상태이므로 시급한 보강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진단된 바 있다.

더욱이 아파트 평면 C타입과 F타입은 창상부 인방보가 시공되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가중된 상태였으며, 기타 내력벽 위치가 변경 시공됐고 아파트 외벽 및 주차장 외벽 균열부와 시공 이음부를 통한 누수현상 등 약 20여 가지의 결함이 조사돼 하자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따라서 안전등급은 D등급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이강일 대표는 “그 후 각종 안전점검 및 감정서, 사실조회용 용역보고서 등에 따르면 건물의 안전상태를 D 또는 E등급으로 평가 및 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안전등급 기준 D(미흡)등급은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이다.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슬라브 보강이 필요할 정도의 구조 결함이 있는 공동주택에 사용승인을 한 익산시 행정의 문제와, 재난위험시설로 지정을 하고 조치명령을 하고도 위험성 제거를 위한 사후조치 부재의 문제를 지적했다.

손 대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0조에서 명시한 긴급대피명령의 조건인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관련해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는 현재의 상황으로 판단이 가능하지만, 재난 발생 우려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위험의 증후가 있다거나 정확한 기술적 진단을 근거로 접근해야 된다”면서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지면 주민들은 당장 이주를 해야 되고 이로 인한 비용부담, 재산가치 하락 등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설물, 주변여건, 설계도서 정밀안전진단 결과,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남아파트는 총 103세대로 법에서 정한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이 아니어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주민간의 의견차이가 있는 만큼, 행정명령 전에 의견을 충분히 조율하고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보수·보강이든 재건축이든 주민들 합의 없이는 이뤄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관련 법령에 정밀안전진단 등 판단의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 등이 명시될 필요가 있고, 익산시 조례상 이주지원(이사비 최대 120만원) 및 임차비용 융자(세대당 최대 3,000만원)도 현실을 감안해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남아파트와 같이 법정 의무관리 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주체가 없어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이 의무화 되어있지 않아 건물유지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은 관리주체가 있는 공동주택과 달리 재난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밀안전진단 비용이라도 국가나 자치단체 등 정부의 지원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측위의 조사내용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박 시장, 책임 있는 답변 해 달라

익산시의회 박철원 의원은 긴급대피명령 결정권자인 박경철 시장의 책임 있는 답변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위에 따르면, 긴급대피명령 및 재건축 추진의 최종결정자는 박경철 시장이었고 이를 위한 우남아파트 안전점검 T/F팀은 한웅재 부시장이 주도해 운영했다.

이에 박 의원은 “충실한 답변을 위해 담당공무원을 출석시킨다는 이유로 시장과 부시장은 정작 특별위원회 출석요구에 3번 모두 불응했고, 대신 출석한 공무원들은 최종결정은 시장이 내렸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는 등 충실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면서 “시장과 부시장은 자신들의 행정행위에 대해 떳떳하게 입장을 밝히고 설명해야 하며, 이는 시민의 수장으로서 시민에 대한 의무이자 예의”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아울러 긴급대피명령을 내리기까지 주민의견 수렴의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주민의견에 대한 정확한 확인을 위해 우남아파트의 거주사실관계 및 투기를 위한 주민등록 이전 여부 등을 파악하고 주민등록의 정정 및 말소를 통해 주민들이 투명하고 정당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박 의원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재난대응 최고책임자로서 시장의 의무와 권리는 분명이 있지만, 개인의 재산권 또한 시민들에게는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투명하지 못하고 차후 대책이 없는 행정력 발동은 아파트의 가격하락과 주민들의 불화감만 키운 꼴이 됐다”면서 “익산시는 하루라도 빨리 주민들의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해 하나 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이후 주민들의 하나 된 의견을 토대로 보수·보강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행정에서 도울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