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의지 부족.. 과거현재 잇는 통로 단절

경주 선화나 백제왕족마저 부여로 눈 돌려

익산의 대표축제인 서동축제가 올해 예산 편성이 한 푼도 되지 않아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이와 함께 행해졌던 무왕제례를 부여군 측에 빼앗길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무왕제례는 익산서동축제의 개막을 알림과 동시에 익산시민의 안녕과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로, 지역 문화예술계의 거목이었던 故 인도 이인호 선생(초대·2대 익산문화원장)이 창안해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행사다.

하지만 올해 익산서동축제 관련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는 등 익산시가 축제 개최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개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무왕제례 또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자칫 의례적인 행사로 치부되거나 형식적인 행사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는 백제시대 역사고도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행사다.

특히 백제시대 고도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익산과 그 중심에 있는 무왕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익산시민의 안녕과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예식이기 때문에, 그 전통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욱이 유사한 주제의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 부여군에 비해 익산지역에는 미륵사지와 사리장엄을 비롯해 왕궁리유적, 익산토성이나 미륵산성 등의 성곽, 익산쌍릉 등 백제시대 도읍지로서의 역사문화유산들이 현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충분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익산이, 관심과 의지 부족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행사를 지켜내지 못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고 이를 잇는 통로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한 1998년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열리는 서동축제에 수년째 참여하고 있는 경주문화원과 경주지역에서 선발한 선화, 그리고 백제왕족의 후예로서 백제왕도 익산의 문화관광 발전을 위해 행사 참여나 기탁금을 전달하며 익산시가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한 백제왕족 임성태자 45대 후손 오오우치 기미오 씨 부부 등도 익산서동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부여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동축제 관계자는 “익산은 백제 제30대 무왕(서동)이 찬란한 백제문화를 꽃을 피운 백제문화의 중심지로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음은 물론이고 세계문화유산 정식 등재를 앞두고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자랑할 수 있는 문화관광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야 할 때”라며 “그동안 수십 년째 자긍심을 가지고 해왔던 것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해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산문화원 김복현 원장도 “무왕제례라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당시 故 이인우 선생이 나름의 뜻을 가지고 창안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여군에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행사를 우리가 쉽게 빼앗겨서는 안 되며, 익산시가 보다 의지를 가지고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안된다면 문화원 차원에서라도 제례를 지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