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자율고로 전환하겠다는 학교의 수가 크게 저조하고, 그나마 기존 학교들의 극단적으로 낮은 재정자립도로를 감안하면, 정부가 제시하는 자율고 조건을 만족시키는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는 등 이 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3일 전국 15개 도교육청의 자율고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전체 신청 학교는 39곳이며, 서울에서 4곳이, 대구에서 1곳이 각각 신청을 철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같이 자율고 전환 신청이 저조한 원인은, 자율형 사립고 설립기준인 등록금 5% 법인 전입금 기준조차 충족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 자립이 불가능한 부실 사학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재정이 부실한 사학들이 이런 기준을 무리하게 이행하면서 자율고로 전환할 경우, 비싼 등록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등록금이 엄청나게 비싼 귀족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율고는 입시명문고로 귀결될 것이 확실할 뿐만아니라, 사회문제인 학벌의 폐해를 부추기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뻔하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전국교원노조 전북지부는 지난달 22일 성명서을 통해, "남성고등학교와 군산중앙고등학교는 불과 작년까지도 법정 재단전입금을 각각 0.1%, 0.3%밖에 납부 하지 않은 ‘미자격 학교’들인데다가, 내년부터는 최소 3% 이상을 채워서 자율고를 운영할 계획이라면 그동안은 왜 법정 전입금조차 납부하지 않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또, "두 학교 모두 학생들로부터 연간 450만원 정도의 수업료만을 받겠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성고등학교의 경우 지금 현재도 인건비로만 연간 40억원, 총예산은 90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1,2,3학년 전교생으로부터 450만씩을 내게 해도 년간 수업료 총액이 50억원도 안되는데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국고지원 없는 자율형 사립고를 운영 할수 있냐"고 반문했다.

전교조는 이와함께, "익산지역의 경우 인문계 고등학교 정원의 부족으로 지난 수 십 년 동안 많은 지역 내 학생들이 타지역으로 유학을 갈 수밖에 없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사립전문계고등학교를 수년에 걸친 논란과 진통을 겪은 후에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시킨 바 있다"며, "또다시 남성고등학교라는 지역 내 최대 학교가 익산시 평준화 학교에서 제외된다면 익산의 서민층 학부모와 학생들은 보통교육을 받기위해 또다시 보따리를 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설치 신청서를 제출한 남성고등학교는 시민대책위윈회와 전교조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피력하였다.

남성고 측은 "불과 작년까지도 법정 재단전입금을 각각 0.1%, 0.3%밖에 납부 하지 않은 ‘미자격 학교’인데다가, 내년부터는 최소 3% 이상을 채워서 자율고를 운영할 계획이라면 그동안은 왜 법정 전입금조차 납부하지 않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들었는가"라는 반대위 측의 질문에 대해, "5년간 자율형 사립고 시범기간은 물론 지속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수익용 재산을 기준 이상으로 확보하여 신청하였다"고 전제 한 뒤, "재단 전입금 문제는 자율고 전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고 밝혔다.

남성고는 또, 귀족학교로 전락하고 입시명문고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와는 달리 사회적 배려대상자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보훈자녀, 위탁시설 학생, 새터민 등을 의무적으로 20% 이상 선발하게 되어 있어 귀족학교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와 함께, "자율형 사립고는 다양한 계층의 학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양극화가 아니라 사회통합적인 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교육카스트제도니 양극화니 하는 것은 자율형 사립고의 설립취지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현재에도 특수목적고인 상산고, 전북과학고, 전북외국어고 등이 있어도 평준화가 유지되는 것처럼, 자율형 사립고가 전북에 1-2개 지정되었다고 해서 평준화 정책의 기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전교조가 "지역 학생들의 타지역 유학생이 늘어날 것이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남성고등학교는 측은 "자율형 사립고가 익산지역에 지정이 되더라도 탈락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며, "전주지역에는 상산고, 군산지역에는 전북외고가 있어 익산지역으로 유입되는 학생은 30명 이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상산고의 경우 정원의 25%를 전북지역 학생으로 할당하여 87명의 합격생 중 전주지역 학생의 75%가 66명이고 군산 10명, 익산 7명, 정읍과 남원이 각각 2명이고 나머지 9개 시군에서는 합격자가 단 한명도 없던 사실로 미루어 보아 남성고등학교가 자율형 사립고가 되더라도 익산지역 학생들로 정원이 채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남성고등학교는 이어 "공교육이 활성화 되어야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여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어 교육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율형 사립고를 새정부 교육정책으로 시행하려는 것이다”고 밝혔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