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통에 익산에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7월 9일 오후 2시, 비 그침을 틈타 중앙시장 2층 시장통으로 이유 있는 걸음을 옮겼다.

기자는 여러모로 30년 전 시장 정취를 느끼고 싶었고, 그 때 먹자골목의 풍경을 마음의 창을 담아 두고 있기에 중앙시장 이층에 남다른 애틋함이 있다.

중앙 시장의 이층으로 들어서는 길은 4개가 있다. 3개는 계단으로 되어 있고 하나는 경사로 되어있는데 중앙시장 2층 입구라고 되어있는 출구는 경사로이고 청과시장 쪽, 어물전 쪽, 가운데 기름집 앞은 계단으로 되어있다. 옛날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

“시장 2층은 이쪽(경사로로 된 입구)만 빼면 그 전의 모습을 찾아볼 길 없고 반찬집, 떡집, 분식집, 순대, 통닭집 등 100여개가 되던 상가들은 거의 문을 닫고 20여개 정도의 상가들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요.”라는 이영임(62세) ‘영광통닭집’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20년 전 시장풍경이 묻힌다.

시장 1층은 재래시장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아케이트 공사와 바닥공사 등으로 현대화의 물을 먹었지만 시장 2층의 사정은 지붕정도 바뀐 것 말고는 기자의 눈에 띄지 않았다. 기억하기에 중앙시장은 익산 남부시장과 함께 주부들과 학생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기자도 중고등학생시절 2층 먹자골목에서 친구들과 함께 라면, 떡볶이, 쫄면 등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고 설탕가루 입은 도넛 하나에 입맛을 다시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영광통닭집을 돌아 돼지머리, 순대, 순대국밥을 파를 ‘남원집’에 들어서니 약간의 배고픔이 돌아 순대와 머리고기에 자연적으로 시선이 간다. 점심을 일찍 먹은 감은 있지만, 순대국밥에 소주한잔 기우리던 우리들의 아버지들과 피순대와 간을 탁자에 놓고 오물오물 수다를 떨던 여고생들의 풍경이 다가면서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고 있었다.

김이 나갔는지 모르지만 소주 대 글라스 한잔도 팔던 그 순대집에 모락모락 수증기를 둘러쓴 돼지 꼬리같이 말린 순대는 아마도 옛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듯하다.

가자가 남원집 김순진(62세)아주머니를 인터뷰 하고 있는데 주변 가게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거든다. 시장 2층 가게들은 약재상 등을 제외하면 거의 아주머니들이 세월 무게만큼 일상의 삶을 업으로 하루를 보낸다. 애둘러 보던 기자의 눈에 비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아주머니들의 가슴팍에서 생활의 희로애락이 표찰처럼 달랑거린다.

“남원집 아줌! 이 옷 어때?” “몇 만원은 주었겠는데.” 가게 입구에서 새로 산 바지를 매만지던 옆 가게 아주머니와 나누는 대화가 마치 친자매같이 정겹게  다가 왔다. 일회용커피를 한잔 나누는 정리(情理)에서 아주머니들의 일상이 묻어난다.

남원집에서 조금 더 가면 30년 넘게 약재를 파는 ‘우진 약초, 건강원’과 만난다.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나이가 일흔이라는 김현영(70세)사장님은 아들과 대물림하여 장사를 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려하니 굳이 아들을 불러 세운다.

약재 냄새가 가득한 가게에서 기자가 2층 시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들이 대답한다. “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서 좋은데 주차장에서 2층으로 바로 올라오는 입구가 없어서 돌아오려 하니 손님들이 불편해 한다.”고 말하는 아들의 얼굴에는 어디에도 그늘은 없었다.

2층 시장통에 고소한 냄새를 물씬 풍기 집이 하나있다. ‘우진 약초, 건강원’ 옆 ‘시장 기름집’이비로 그곳이다.

쌀, 콩 등 가루를 내는 기계소리, 들 참깨 등 볶아 내는 불길의 뜨거움 마저도 고소한 냄새에 묻혀 버리는 시장 기름집은 40년이 넘은 집으로 지금은 임경숙(50세)사장님이 운영하고 있다. 계속 뜨거운 열기에 땀을 흐르며, 볶고 갈고 기름내는 것에 열심을 다하는 모습에서 일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 한다.

기자는 예전에 아버지가 시장에서 장사를 해서 중앙시장 2층에 추억이 많이 있었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이 힘들어지고 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인해 옛 정취를 모두 사라졌지만 아직도 20년에서 40여 년 동안 시장을 지키고 대물림하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만남으로 취재하는 동안 마음의 풍경을 그릴 수가 있었다.

“재래시장 상품권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라는 시장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중앙시장 2층 입구를 빠져 나오면서 재래시장이 내리는 빗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점상들과 어울리고 옛 시장의 정취와 문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장통이 되었으면 하는 여우비 햇살 같은 마음을 가져 본다.  또한, 소시민의 가슴에 여유와 추억, 그리고 먹자골목의 입맛과 살맛을 담아내던 재래시장에 대한 그리움을 품어 본다. /박정훈 객원기자 /사진 김대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