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경찰이 고장난 음주감지기를 교통사고 현장에 가지고 나와 음주가 의심되는 교통사고 가해차량 운전자의 음주상태를 측정한 뒤 술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그냥 돌려 보내고, 이에 재측정을 요구하는 시민을 윽박지르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의 음주단속을 믿을 수 없고, 경찰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도 오히려 시민을 위협하는 경찰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해차량 운전자가 20여 분간 현장을 떠났나가 나타난 정황 때문에, 이 운전자와 해당 경찰관이 사전에 통화 했을 가능성이 높고, 경찰관이 의도적으로 고장난

음주감지기를 들고 현장에 출동했을 공산도 높다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관은 항의하는 민원인에게 "기계가 문제 없을 경우 무릎을 꿇으라면 꿇어라"고 강압하는 등 반민주적인 행태로 경찰의 신뢰도와 위상이 땅에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 했다. 사건의 발단은 같은 날 새벽 0시 30분경 부송동 우미아파트 주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에 따르면, 당시 가해차량 운전자의 얼굴이 취기로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비틀거리는 등 누가 봐도 음주상태였다. 이에, 가해차량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의심한 보험회사의 직원과 피해자의 신고에 의해 부송지구대 소속 L경찰관이 출동하였다.

경찰관은 음주 감지기로 가해차량 운전자의 음주여부를 측정한 뒤 음주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곧바로 현장을 벗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H씨는, 가해 운전자가 분명히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는데 측정기계가 정상인 녹색으로 표기되어 이를 의심하고, 다시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도록 요구했다.

직전에 소주 두병 반을 마신 시민 H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음주측정기가 의심스러우니 나를 한번 측정해 달라"고 요구 했고, 감지기에는 역시 H씨가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H씨가 경찰에게 "기계를 믿지 못하겠으니 기계에 싸인을 해놓고 경찰서에 가서 확인하자"고 요구 했는데 경찰관은 "국가 재산에 싸인을 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면서, "기계가 이상 없으면 무릎 꿇고 사과할거냐"고 윽박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H씨는 "사과든 뭐든 할테니 기계에 표시하자"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끝내 민원인의 확인요청을 거절하고 가버렸다는 주장이다.

도저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H씨는 같은 날 새벽 2시 30분 경 기자와 함께 부송지구대를 방문하여 재측정을 요구하자 경찰관은 "충전이 완료되지 않아 측정할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이에 H씨가 " 경찰이 현장을 떠난 지 두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충전하고 있느냐"고 묻자 경찰이 말을 잇지 못하였다.

결국 H씨가 다른 감지기 측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다른 감지기는 H씨의 음주 사실을 확인하는 적색을 표시하였으며, 교통사고 가해자를 측정하였던 감지기를 재 측정한 결과 여전히 음주를 하지 않은 녹색을 나타내자 경찰관은 그 때서야 기계고장을 인정하였다.

H씨는 "교통사고 후 가해 차량 운전자가 20여분간 사라졌다가 나타났다"며, "그 사이 경찰과 서로 연락을 하여 고장난 감지기를 경찰이 들고 현장에 나왔을 가능성도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고 의혹과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익산시내 모든 감지기를 믿을 수 없다. 음주를 하였는데도 감지기가 음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음주단속을 통과하게 되고, 이후 사고 위험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기회에도 술을 먹고 나서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을 거라 자만하게 되므로 이는 음주를 조장하는 행위이다"고 염려하며 경찰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씨는 또, "경찰이 음주감지기가 고장난 줄도 모르고 사용했다는 것은 경찰이 평소 장비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중거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시민에게 불친절하고 경찰을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찰관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