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동안 표류됐던 '익산평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2016년까지 사업보류' 또는 'LH 사업시행자지정 취소'안을 들고 나왔다.

주민들과 익산시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 원인행위가 시작된지 10여년 동안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묶여 있는데다, 사업이 취소될 경우 슬럼화와 공동화 현상 등으로 인해 급격한 지가하락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LH본사의 경남 이전과 맞물려 '전북 털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LH와 주민, 익산시의 입장을 들어봤다.

◆ 익산평화지구 환경개선사업은

익산시 평화동 90-20번지 일원 6만3천306㎡(1만9천150평)의 면적에 공공분양 686호와 공공임대 198호를 합한 총 884호 아파트를 건설하는 익산평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2000년부터 논의됐다.

2007년 7월 6일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고, 2008년 11월 7일 구 대한주택공사인 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어 익산시와 사업시행협약을 체결했다. 2009년 3월 12일 주민설명회를 개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되자마자 제동을 걸었다. 토주공은 2009년 5월 26일 사업시행연기를 익산시에 통보했다. 이에 익산시는 한해 동안 5~6차례 사업을 지속하도록 LH를 방문하는 등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했다. 익산시는 2009년 9월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11월 건축위원회 심의도 완료했다.

시는 이어 대행사업비로 진입도로 개설비용 전체 90억 중 현재 49억원을 4회에 걸쳐 지급했다. 익산시는 사업시행을 회피하고 있는 LH를 상대로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강제로 주다시피 사업비를 지불했다.

문제는 2010년 초부터 익산시가 방관하는 동안 LH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갑자기 LH본사 경남 이전이 확정되자 속내를 드러내 주민들에게 사업취소 의견을 내놓았다.

◆ 변명 일관하는 LH

지난 5월 17일 LH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LH가 2010년 현재 총부채 124조원, 하루 이자 104억원의 재무여건으로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2018년에 325조 규모의 부채 증가를 이유로 익산평화지구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LH는 "재무개선을 위해 내부개혁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시행하고 공사의 자금확보 역량에 맞도록 사업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LH가 계획사업을 모두 추진할 경우 매년 45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매년 25조원 이상의 채권 발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규모로 적정 투자규모를 위한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H가 5월 17일 주민들에게 내놓은 조정안에 따르면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추진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되, LH의 재무역량 내에서 사업진행상태, 공익성, 사업성 등을 감안하여 추진하며 당초계획보다 상당기간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LH가 내놓은 조정안은 전국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9개 지구에 대해서는 우선 시행하고, 시행자 지정지구인 평화동 등 10개 지구는 순차적으로 추진 검토하겠다는 것.

익산평화지구는 2016년 이후 사업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의견 수렴과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5월 중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익산시의 입장이 LH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H에서 계속 추진을 희망하는 경우 2016년에 가서야 사업추진을 검토하고, 사업성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 LH가 계속 "검토"라는 입장을 강조해 사실상 내부적으로 취소계획을 세워놓고 취소할 명분을 찾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절대적이다.

◆ LH입장에 대한 분석

사실 LH의 주장대로라면 LH는 부도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LH의 경남 진주 이전은 불가능하다. 부도를 막고 정상화를 위해 경남 진주로의 이전도 하지 말아야 한다.

LH가 공기업이고 공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주민의 주거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런데 LH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할 것은 다 하고 주민들의 안일은 뒷전에 두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LH가 일단 연기해놓고 보자는 식의 입장과 '검토'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취소해 놓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민들의 분석도 따른다.

지난 17일 LH가 내놓은 주민의견안은 두가지다. 하나는 2016년 이후로 사업 자체를 보류하는 안이고, 다른 하나는 LH사업시행자 취소 안이다. LH가 사업을 추진할 입장었다면 주민동의안으로 내놓은 내용은 2016년까지 보류할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LH가 주민의견 수렴으로 내놓은 안에 사업시행자지정 취소안을 들고 나온 것은 사전에 취소를 결정해 놓고 명분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민들의 분석이다.

◆ 주민들 주장 "원칙대로 추진하라"

주민들이 가장 분개하는 것은 사업의 원인행위가 이뤄진 2000년경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묶여 있던 재산권 행사에 있다.

생존권과 관련된 주거문제를 촉발해놓고 소홀히 취급하는 것이 개탄스럽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이미 사업 취소 결정을 해놓고 주민 의견을 취소쪽으로 내몬뒤 도망갈 구석을 찾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또 일사부재리 원칙을 주장한다. 구법에서 결정된 사항이 신법에서 다시 번복할 수 없듯이 이미 약속하고 결정된 사안이고, 주민이 하자고 해서 한 것도 아니고 국가사업으로 주민이 싫다고 해도 강행해 왔다는 것이다. 협약체결은 사실상의 계약이고 이 계약에 의해 주민들이 받은 피해는 보상되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LH가 부실경영을 해놓고 그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를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도 지적됐다.

회사의 이자가 많이 지출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10년이 넘게 참고 기다려온 사업을 포기하고 이해해 달라는 처사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고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LH가 주민들로부터 더욱 질타를 받은 것은 사업을 취소할 경우와 5년을 더 연장했을 경우 그 피해를 주민에게 전가만 시키려 했지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는데 있다.
주민들은 10년동안 이사가지도 못하고,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주거환경개선 지구로 지정되면 사업시행 대상지이기 때문에 건축행위를 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 보상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정고시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지정고시일 이후의 신규공사나 증개축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사업 대상지는 사실상 건축행위가 원천제한된다고 봐야 한다. 

◆ 익산시 입장

익산시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익산시 역시 LH의 행위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사업을 지속 추진해야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역주민이 "역세권 개발 등등 운운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익산시가 자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익산시 담당공무원도 "LH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하고, 사업을 포기한다는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익산시는 당초 MOU협약 체결했고 사업시행 완료 기간인 내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LH가 익산시와 상의할 것이며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확답했다.

익산시는 이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LH 또는 전북개발공사 이외에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사업대상자가 한정된 사업으로 익산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LH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또 "국가에서 지정한 사업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바뀌고 수도권같은 경우도 재개발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다 사업성 안 맞으면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포기하고 있다"면서 "계획을 세웠을 때는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사업성이 없으면 포기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주민설명회가 있던 5월 17일 익산시에서는 담당공무원 1명외 계장도, 과장도 참석하지 않아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 집단 소송·반발 파장 예상

주민들은 LH가 사실상 사업의 취소를 결정하고 온 것으로 최종 분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동안 10년동안 주민들이 재산권 제한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송은 LH만이 아닌 익산시를 대상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익산시 역시 난처한 입장이다. 그래서 익산시가 더욱 더 적극적으로 LH를 대상으로 사업추진 강행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시기에 진행된 군산 수송지구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현재 착공을 앞두고 있다. 새만금 등을 기반으로 한 지역에 대해서는 LH가 사업을 시행하고, 사업성이 없어보이는 익산평화지구에 대해 사업을 취소하려는 듯한 LH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파장과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오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