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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인문학, ‘소통, 치유, 창조의 인문 공간’

▲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어라

망각과 유머, 웃음이 치유의 포인트

도서관 인문학 제2섹션 세 번째 시간, 이날 강사로 나선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은경 교수는 ‘스토리텔링과 이야기 치료’라는 주제에 대해,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의 향연인 ‘천일야화’와 성석제의 소설을 예로 들며 웃음과 망각을 통한 마음치료를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 스토리텔링, 수다 떨기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정 교수는 “그동안 비평과 평론 글을 쓰면서 이야기가 전하는 바와 느낀 바를 통해 오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스토리(story)는 이야기를 뜻하며, 텔링(telling)은 말로써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에 담화(discourse)라는 부분이 합쳐진 것을 서사(narrative)라고 하는데, 화자(teller)와 청자(listener)가 상호작용(interactive)을 하며 이야기에 참여하고 누가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담화부분의 구조가 달라져 전하는 바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즉 이야기를 주고받음으로써 마음의 문제를 치유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읽거나 주위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바로 치료로서의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했다.

▣ 이야기의 치유기능

3년 동안 첫날밤을 지내는 신부를 죽이는 와의 횡포에 온 나라가 슬픔과 비탄에 빠져 있을 때 총명하고 해박한 세헤라자드는 동생 두냐자드와 일종의 음모를 꾸민다. 전설과 역사, 신화와 구전을 오가는 신부의 무궁무진한 이야기 속에 예정된 처형이 하루하루 연기되고, 샤리아르 왕과 세헤라자드는 아이를 낳고 국사를 논하면서 평화로운 나날 속에 죽음을 ‘망각’하게 된다.
샤리아르 왕이 세헤라자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전, 그가 수많은 죄 없는 여인들을 죽인 것은 허무라는 이유였다.

샤리아르 왕에게는 멀리서 다른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동생이 있었다. 형의 초대를 받아 집을 나선 동생은 어쩌다 자신의 왕비와 흑인 노예 사이에 벌어지는 정사를 목격하게 된다. 왕비와 흑인 노예를 죽여 버리고 형의 왕국에 도착했을 때 그는 형수에게서 똑같은 모습을 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형 샤리아르 왕 또한 이들을 처형해 버리고 동생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난 두 형제가 만난 것은 무시무시한 마신을 속이고 온갖 남자들과 놀아나는 아름다운 여인의 실체이다. 이는 왕은 물론이고 마신조차 비켜갈 수 없는 삶의 허망함, 삶의 어이없음이라는 무시무시한 ‘허무’였던 것.

허무주의에 빠진 왕은 결국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와 허위의 가면을 쓰고 있는 ‘진리와 의미의 실체 죽이기’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세헤라자드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의 죽이기는 치유되고 잊혀졌다.

▣ 망각, 일상 속 비상구

‘자동차 한 대가 떨어지고 있다.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로 시작하는 성석제의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에서는 추락하는 자동차의 4.5초라는 짧은 시간에 들어온 이야기가 절대적인 시간과의 힘겹지만 유쾌한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이 시간 속에서 죽음은 정지되고, 그 틈을 한가롭게 헤집는 농담과 긴박감 넘치는 영웅담 속에 죽음은 ‘망각’된다.

성석제의 또 다른 ‘재미나는 인생 1-거짓말에 관하여’에서는 ‘재미’를 강조한다. 작가에 의하면 진정한 힘은 재미에서 오며, 정말 재미있는 거짓말이야 말로 일상의 반복과 권태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이자 미궁에 빠진 현대인의 실존적 상황을 잊게 만드는 망각의 힘이다.

정 교수는 이와 같은 망각과 재미에 대해 ‘일상적 엑스터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의 바깥을 향한 비상구로서 여행이나 속도 혹은 음악이나 게임 등의 일상적 엑스터시를 통해 재미를 느끼며 잊어야 할 것 들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청중은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이끌어내 주신 강의가 참 좋았다”며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며 골치가 많이 아프다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것이 아니라, 방긋방긋 웃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