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묘 피장자 및 선화공주 존재 학계검토 기대

백제 무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는 익산쌍릉 대왕묘에서 성인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 4점과 연질 토기1점 등이 발견됐다. 이로써, 백제 사비기 익산지역의 성격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왕묘 피장자의 정체성 논의, 설화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선화공주의 존재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학계차원에서 다뤄질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지난달 26일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조선총독부박물관 자료 공개사업의 일환으로 1917년 일본인에 의해 발굴 조사된 익산쌍릉 출토 유물에 대한 정리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치아 4점 등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립전주박물관에 따르면, 쌍릉 대왕묘의 목관 내부에서는 4점의 치아가 출토됐는데 전반적인 마모 정도가 유사하며 중복된 부위가 없어 한 사람의 치아일 가능성이 높다. 이중 상태가 양호한 견치와 어금니는 성인(20~40세) 여성의 치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대왕묘 석실 내부의 목관 앞에서 출토된 적갈색의 연질 토기 1점은 바닥이 둥글고 물레를 이용해 토기 표면을 마무리한 특징이 있어, 당시 백제 지역에서 유행한 바닥이 편평한 회색계통의 그릇과는 차이가 크다. 이러한 토기는 현재까지 주로 경주 방내리 고분군 등 신라 지역에서 출토되는 7세기 전반 무렵의 토기와 유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대왕묘에서 금송(주로 해발 600~1200m의 강수량이 풍부하고 습윤한 곳에서 자라는 낙우송과 금송 속 금송종으로 일본 특산의 상록침엽교목으로, 특유의 향기를 지니며 침엽수 중에서도 무겁고 단단하며 수분에 강한 특성 때문에 삼국시대 백제왕릉 급 고분의 목관재로 사용됨)으로 만든 대형 목관과 함께 수습된 여러 목재 중 두 개의 목재 편은 수종이 금송인 나무 베개로 추정된다.

이 목재 편은 파손이 심해 전체적인 형태는 파악하기 어려우나 가장자리의 한 면이 곡선을 이루며 경사진 형태이다. 남아 있는 상태로 보아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비의 나무 베개와 같은 유물의 가장자리 편으로 추정되는데, 외면의 일부에는 금박이 얇게 부착되어 있는 곳도 관찰된다.

특히 두 개의 목재 편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백색 안료 바탕에 묵서로 그린 넝쿨무늬가 확인됐다. 나무 베개에 그려진 무늬는 매듭 상으로 묶여진 넝쿨무늬가 두 갈래로 이어지며 전체적인 모양이 639년에 조성된 미륵사지석탑(서탑) 출토 금동제사리외호의 문양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목관에서 발견된 위금 직물은 경금(두 가지 색 이상의 색사를 사용한 비단에서 세로줄인 날실에 색사를 사용한 것)에서 위금(두 가지 색 이상의 색사를 사용한 비단에서 가로줄인 씨실에 색사를 사용한 것)으로 직물의 구조가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에서 발견된 위금 유물보다 시기적으로 1세기 정도 앞서며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전주박물관은 “익산쌍릉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7년에 일본인 학자 야쓰이 세이이치에 의해 수습조사가 이뤄진 후 아주 간략한 보고만 이뤄졌고, 당시 조사 결과 대왕묘와 소왕묘 모두 백제의 수도인 부여에 다수 존재하고 있는 왕릉과 동일한 구조의 굴식돌방무덤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그동안 문헌 자료와 역사적 상황 등을 근거로 학계에서는 무덤의 주인공을 백제 무왕(재위 600~641)과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해 왔다”면서 “이번에 국립전주박물관의 익산쌍릉 출토 유물에 대한 과학적 조사·분석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은 백제 사비기 익산지역의 성격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백제 무왕으로 알려진 대왕묘 피장자의 정체성 논의와 함께 설화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선화공주의 존재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학계차원에서 다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1월 말에 익산쌍릉 출토유물을 일반인에게 공개했으며, 3월 말 관계전문가 중심의 학술세미나와 10월 중 익산시 및 관련학계와 연계한 대규모 학술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