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이 진보를 자처하면서 각종 정책을 펼쳐온지 1년 8개월을 지나고 있다. 청렴과 혁신을 주창하면서 자사고와 교원평가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그의 교육정책과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도교육청의 청렴도는 꼴찌 수준의 평가를 기록해왔다. 교과부와의 마찰 또한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승환 교육감의 1년 8개월을 돌아보는 것으로 향후 남은 임기의 과제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빛> 혁신 마인드와 개인적 청렴도 평가 높아
◆ 엇갈린 평가
김승환 교육감은 전교조로부터 긍정정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교총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22~26일까지 진보교육감들의 취임 1주년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국의 초중교 교사 1,77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김교육감이 포함된 6명의 진보교육감들에 대해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96.3%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의견은 전교조와 크게 엇갈렸다. 교총 소속 교사들은 이들 6명에 대해 50~60%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총 교사들 16%로부터만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 자사고 교원평가 반대 정책
김승환 교육감이 취임 초기부터 가장 강력한 반대를 펼쳐온 정책이 교원평가와 자율형사립고였다. 익산의 교육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김승환교육감의 자사고 반대정책을 지지했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올해 1월 학부모와 교사, 전문가 3168명을 상대로 국민교육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17개 핵심정책 중 자율형사립고가 꼴찌를, 교원평가제가 16위를 기록해 김 교육감의 정책이 설득력을 얻었다.
◆ 혁신학교 정책
2010년 직선으로 당선된 김 교육감의 공약 중 하나인 '혁신학교 프로젝트'는 김 교육감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었다. 김 교육감은 현 정부의 교육을 '특권교육', '줄세우기 교육'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혁신학교를 들고 나왔다. 이를 통해 경쟁과 성적 위주의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창의성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활동,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소통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일정 부분 자율권을 보장하면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가 모든 학교 혁신의 마중물이며 그 혁신이 전북교육의 지향점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50개 초중고에 지정된 혁신학교를 2014년까지 100개교로 늘릴 계획이다.
◆ 청렴과 소신
김승환 교육감은 '강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학자로서, 한국헌법학회 회장 출신으로서 김 교육감은 이해관계보다 가치관을 바탕으로 소신을 앞세우는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이상과 가치관을 가진 '학자'로서 김승환 교육감에 대한 평가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김 교육감은 또, 업무·회계처리의 공정성, 교직원의 청렴도 향상을 강하게 주문했다. 특히 학교 운동부 운영과 현장체험학습, 급식 등 민원 소지가 많은 업무는 부패발생 요인을 정확히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인사청탁자를 오히려 인사에서 제외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김 교육감의 청렴과 소신 정책으로 교육계 전반에 '주고 받기' 문화가 사라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그늘> 조정력·경륜 부재 독단, 혼란 부추겨
◆ 교육정책
김 교육감은 이상은 높으나 현실조정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따른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신념이, 깊은 경륜이 부족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재판에서도 패소하지 않아야 신념이 인정을 받는데 김 교육감이 재판마다 패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의 정책은 전라북도의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전라북도의회는 전북도교육청의 교육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전혀 소통도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전라북도의회와의 관계에서 김승환 교육감이 공약과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 도의회는 "예산이 다른 학교와 형평성에 어긋나고 앞으로 100개교까지 확대되면 재정 압박 요인이 된다고 판단하고 올해 혁신학교 운영예산 43억4천만원 중 21억1천만원을 삭감했다.
지난해 11월 18일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김연근 의원은 "도교육청의 행정은 업무평가기본법에 따른 평가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교육정책의 방향도 못잡아 목표도 없고, 관리와 평가도 제대로 되지 않는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교육감이 여러가지 공약을 추진하려는데 직원들은 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고, 눈치만 보고 있으며, 각자의 업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예산의 효율적 투자가 결정돼야 하는데 목표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니 평가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정책을 질타했다.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4개월 동안 어떻게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 인사정책
김 교육감에 대한 비판은 그의 소신인 인사청탁 배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평교사를 교육연구관으로 임용해 인사정책 특혜 시비를 불러왔다.
취임 초기 개혁과 쇄신을 지닌 진보교육감으로 평가받던 김 교육감이, 도교육감 인수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김 교육감 측근 중의 핵심인물로 꼽힌 평교사의 교육연구관 임용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당시 승진한 차 교사는 전 전교조 전북지부장을 지냈던 이로 특히나 '전교조 만의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그의 인사정책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기태 교육의원이 지난해 9월 15일부터 26일까지 초중고 교원 3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그의 인사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했고, 72%가 '잘못한 인사'라 응답했으며, 9%만 '잘한 인사'라고 답변했다.
◆ 청렴도
소신과 청렴을 주창한 김 교육감 임기 중 도교육청의 청렴도 역시 바닥을 드러냈다.
국가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4일 발표한 '16개 시도교육청의 종합청렴도' 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 교육청이 7.39 점으로 14위를 기록했다. 외부청렴도 평가는 7.53으로 16개 시도교육청 중 14위를, 내부청렴도 평가는 7,57로 15위를 기록했다.
특히 교육청 내부 평가의 대표적인 항목을 보면 '조직 내 부패행위의 관행화 정도', '부패행위에 대한 징계 및 처벌의 적절성', '인사업무', '예산집행', '업무지시 공정성'을 조사한 결과다.
이러한 내부청렴도 평가에서 다섯 개의 등급 중 최하위 5등급을 기록한 것은 교직원들의 김승환 교육감의 인사시스템과 교육행정처리 및 교육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임을 드러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외부청렴도 역시 150억원에 이르는 사업자 선정에서 특혜 의혹과 공정성 시비, 여행사 선정의 문제, 혁신학교 내정설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김 교육감의 철학과 소신이 조직에 침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육감이 취임 이후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반부패 청렴정책이 겉돌고 있으며 김 교육감 혼자만 청렴할 뿐 조직 내부는 아직도 옛 관행에 젖어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12월 20일 "청렴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윗사람의 의지표현이나 전시적인 '방침'만으로는 역부족이며,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조직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보다 강화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교과부와 갈등, 수혜자 피해
김승환 교육감은 "헌법의 원칙에 맞지 않는 정부의 정책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1월 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교육감은 "아무리 교과부라도 헌법 위에 설 수 없고, 국회의 입법권 위에 있을 수 없다"면서 "과거 교육감들은 교과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는 지방자치 정신과도 맞지 않고, 당장 교육 수혜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정책은 거부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 교육감의 소신 정책이 교과부와 극도의 마찰 빚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교원평가 반대와 전국 일제고사 실시 거부, 시국선언 가담 교사에 대한 징계를 미뤄 교과부로부터 고발을 당해 불구속 기소되는 사태까지 일었다.
취임 후 자율형 사립고 지정고시 취소로 교과부와의 갈등, 시국선언교사 징계 유보 및 교원평가 관련 직무유기로 검찰에 피소, 도의회와의 취임 후부터 지속적인 갈등으로 교육정책과 관련된 예산이 적지 않게 삭감됐다.
교과부로부터 예산 확보도 많은 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전교조 만의 교육감?
전교조와 김승환 교육감의 관계는 우호적이다. 때문에 "전교조 만의 교육감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 전교조 전북지부장을 교육연구관으로 임명한 데 따른 논란이 이는 이유다.
또한 지난달 10일에는 전교조 전북지부가 직무유기로 불구속 기소된 김승환 교육감에 대해 "검찰의 기소는 우스운 일"이라며 김 교육감을 비호하고 있다.
전교조만의 교육감이 아니냐는 여론이 나도는 것은 집행부와 노조가 이처럼 우호적인 조직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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