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기준 낮아져서 통과한 것”

남성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지만, 교육부 평가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북교육청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단(단장 반상진 전북대 교수)은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남성고와 군산중앙고가 지정 취소 판단기준 60점 이상을 얻어, 계속 자사고로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 남성고는 ‘우수(85점)~보통(70점)’ 등급을, 군산중앙고는 ‘보통(70점)~미흡(50점)’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평가단은 평가보고서를 통해 “두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 운영이나 교원의 전문성 영역에서 오히려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성고에 대해서는 “교육 투자 확충을 통해 학교교육 전반의 차별성을 보여주기보다는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특성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건학이념에 충실하기 위해 자사고의 자율적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과연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조건인 재정 부담 능력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체 교비예산 중에서 법인 부담 비율은 2.4%에 불과하고, 주로 76.2%에 달하는 학부모 부담에 의존하는 학교재정 운영은 자사고의 중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커다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학부모의 고부담 교육비용(평균 824만원)에 비해 교육적 가치나 효과 등 교육서비스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성고 역시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으로 인해 중학교 교육 및 다른 일반고에 미치는 교육적·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건학이념에 맞는 다양한 교과·비교과 교육과정 운영이 아닌 국·영·수 중심의 대학입시 준비 교육활동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사고 평가에서 남성고가 통과된 이유는,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기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

지난 3월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은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60점으로 하고 있다.

이날 평가단은 “이들 두 학교가 평가에서 통과된 이유는 일반고보다 우수해서라기보다, 교육부에서 표준안으로 제시한 자사고 평가기준 및 평가 항목의 타당성과 적절성 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들 학교는 중장기 학교발전계획에 따른 주기별 자체평가를 통해 자사고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의 엄정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교조와 전북교육청노조 등 70여개 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비판하며, 재지정 평가 재심사 및 자사고 폐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