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 100만명 시대.. 2020년 경제적 파급효과 8,000억원 당장 관광객 발길 이끌 볼거리·먹거리 등 동선 조성 시급 재미와 감동, 재방문 동기 부여할 차별화 콘텐츠 확보해야
백제고도로서 익산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문화유산적 가치가 드디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시민의 자긍심 고취와 함께 익산이 세계인이 찾는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누구나 직접 쉽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관광인프라 조성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지난 4일 오후 7시,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이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최종 등재됐다. 무려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지난 2006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세계유산등재 추진은, 이날 등재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그간 익산시와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익산이 가지고 있는 백제문화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규명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 왔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모두가 함께 이뤄낸 쾌거 익산의 세계유산등재 추진은 지난 2006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삼룡 전 총장을 초대 소장으로 설립된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익산군 일원에 펼쳐져 있는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등 훌륭한 역사현장의 연구와 보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세계유산등재 추진을 제안했고, 2007년 2월 지역원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이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익산시와 함께 세계유산등재 요건 충족을 위한 기초조사와 익산 백제문화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입증 및 진정성, 완전성 규명을 위한 학술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우리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적 가치 입증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 같은 노력은 2010년 1월 1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라는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익산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참신성, 보편적 가치가 세계유산등재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성과였다. 그 이듬해인 2011년 2월 8일, 문화재청은 익산역사유적지구와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를 백제시대의 연속유산으로 통합해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명칭으로 세계유산 우선등재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2011년 12월 문화재청과 전라북도, 충청남도, 익산시, 공주시, 부여군 등 6개 기관이 세계유산등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12년 5월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세계유산등재 추진이 시작됐다. 2014년 1월 28일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센터에 제출됐고, 같은 해 4월부터 8월까지 이코모스 전문가를 초청해 4차례의 예비실사를 거쳐 9월 19일 유네스코 파견 세계유산 전문가의 현지조사가 실시됐다. 이후 2015년 5월 4일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이코모스의 심사평가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권고하는 심사평가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고, 지난 4일 독일 본에서 개최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이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대한민국 12번째 세계유산으로 확정됐다. 전라북도가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익산 백제역사유적 세계유산등재 효과 및 관광콘텐츠 개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바로 관광객 증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등재 이전인 지난해의 경우 연간 42만4,687명에 머물던 관광객이, 등재 직후인 올해 하반기에는 55%가 증가한 66만2,098명으로 늘어나고 2016년에는 무려 145%가 증가한 102만5,473명으로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에는 익산시 평균 관광객 증가율 4.6%에 따라 해마다 약 5만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조사는 국내 다른 지역(경주역사유적지구·안동 하회마을·경주 양동마을·남한산성)의 이용객 증가율 평균치인 50.3%와 익산시의 평균 관광객 증가율 4.6%를 동시에 반영해 추정한 수치다. 아울러 세계유산 등재 5년 후인 2020년에는 관광객 소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로 생산유발효과가 3,77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1,514억원, 고용유발효과가 9,774명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14 국민여행실태조사’에 수록된 ‘당일관광 여행 1회 평균 지출액’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다. 전북도의 계획대로 오는 2025년까지 6,98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반영하면, 예상되는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에 따르면, 등재 5년 후인 2020년에는 생산유발효과가 5,45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2,489억원, 고용유발효과가 6,527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객 인증샷은 어디서..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는 상태다. 당장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급선무라는 여론이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연간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익산시의 손님맞이 준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등재 이후 익산시는 지난 5월 구성된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 대응 전담 TF팀을 활용해, 익산을 세계인이 찾는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홍보·관광·SOC 및 인프라·보존 관리 등 4개 분야 38개 세부사업을 발굴했으며, 올해는 먼저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에 대한 홍보와 이벤트에 중점을 둬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 패스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세계유산등재 지역인 부여·공주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3개 지역을 연결하는 백제 탐방로 코스를 개발해 대표적인 관광 상품을 육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의 모습은 아직 세계유산등재에 따른 관광객을 맞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체류형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은 물론이고,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인근에 이렇다 할 먹거리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미륵사지의 경우, 사진 찍을 포토존 하나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관광객들이 손님맞이 준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거나 실망을 하고 돌아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좋은정치시민넷이 마련한 초청강연회 자리에서 김복현 전 익산문화원장은 단기적으로 가능한 준비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단 관광객들이 보고 먹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미륵사지 석탑을 입체화해 간판을 만들거나 미륵사지에 그럴 듯한 포토존을 하나 만들자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아직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륵사지에 세계인들이 와서 실망만 하고 가면 안 된다”면서 “내년에 새로운 세계유산등재가 추진되면 익산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을 때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KTX를 타고 익산역에 내리면 아무 볼거리가 없어 눈을 둘 곳이 없고, 미륵사지에서 나온 문화유산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화려했던 백제역사에 걸맞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홍보물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보석박물관과 연계해 세계유산의 가치를 지닌 관광상품을 개발해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는 기존 관광숙박시설 개·보수 및 신규 관광호텔 유치, 관광안내소 및 안내시설 재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필요한 미륵사지 앞마당 관광지 조성은 아직 요원하다. 실제 2005년부터 추진한 미륵사지구 관광지 조성사업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공사 착수도 못한 채 보상 6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상 이후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사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3~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복현 전 문화원장은 “중·장기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당장 찾아올 관광객들을 위해 허허벌판 상태인 미륵사지에 보고 듣고 먹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임시방편으로라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 동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방위적으로 진력해야 이어 김 전 문화원장은 “전북도에서 7,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그냥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면서 “다른 어디에도 없는 백제시대의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익산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전북도든 문화관광부든 문화재청이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원을 받아내고 자체적으로도 하루라도 빨리 손님맞이에 나서야 한다”고 익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일례로 서천군의 국립생태원과 부여군의 백제문화단지를 들었다. 서천군 같은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5,000억원에 달하는 국립생태원을 건립하기 위해 지자체와 정치권, 학계 전문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인 물밑작업을 펼쳐왔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버스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각 급 학교 수학여행단을 유치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부여군의 백제문화단지도 미래를 대비한 수년 간의 노력이 밑받침이 됐다는 것은 마찬가지. 김 전 원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부여군수와 충남도지사 등이 지역 정치권의 거두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등 대기업인 롯데를 사업파트너로 맞아들이는데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백제문화단지는 리조트와 대형아울렛과 함께 연간 10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행정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의 전방위적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복현 전 문화원장은 “세계유산등재는 익산에서 시작했는데, 도리어 공주·부여만 그 혜택을 누릴 것 같다”면서 “부여는 정림사지 일대를 세계문화유산 단지로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 미륵사지는 휑하니 찬바람만 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 지역 정치권과 함께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세계유산등재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심점이 될 국립익산박물관 아울러 시공을 초월해 1500여년 전 백제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국보급 사리장엄구를 비롯한 2만여점의 출토유물들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존·관리·전시와 함께 지역민들의 문화유산 향유기회 확대와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국립익산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4대 고도(익산·경주·공주·부여) 중 유일하게 익산만이 국립박물관이 없어 많은 출토유물이 타 지역으로 유출돼 현지 출토유물의 생생함을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같은 백제고도지역인 공주와 부여보다 익산의 문화유산이 그 수량이나 가치로 보아 절대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주는 무령왕릉, 부여는 금동대향로를 메인유물로 국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국보급사리장엄을 보유한 익산이야말로 국립익산박물관 건립을 통해 새로운 그릇에 유물을 담아야 진정한 고도익산의 위상 제고는 물론 지역역사 정체성 확립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익산박물관 추진은 지난해 말 이춘석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의 노력으로 실시설계비 등 용역비용 25억원이 확보돼 용역이 진행 중이고, 전라북도는 지난 1월 사업추진을 위한 TF팀을 편성해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대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익산이 가지고 있는 백제문화유산을 집대성할 수 있는 것은 국립익산박물관이며, 여기에 백제의 모든 스토리를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복현 전 원장은 “국립나주박물관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 시절 4년에 걸쳐 430억원을 투입해 건립됐다”면서 “익산시와 전북도가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사업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009년 1월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이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보로 지정받지 못하고 초라하게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전시돼 있다”면서 “국립익산박물관 추진과 함께 사리장엄을 국보로 만들기 위해 익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공조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미륵사 전체 복원도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축소될지언정 국립익산박물관 내에 기능과 형태가 각각 다른 여러 개의 전시관을 통해 백제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