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실현하는 존재
새 인문주의 시대..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소통

그간 원광대학교에서 진행됐던 인문학 강의가 13일, 익산시립 모현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모현동의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는 도서관에서 마련된 이날 강의에는 많은 수의 시민들이 참석해 도서관 지하 1층 세미나실이 가득 찼다.

강사로 나선 김도종 원광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감성소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마련했다. 김교수는“대여섯 명의 수강생을 기대했는데, 너무 많이 오셔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교수는 또 “철학이라는 것이 책 읽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사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편안하게 즐기시면서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판소리처럼, 때맞춰 추임새를 하고 박수도 쳐 주시는 것이 청중의 의무이다”라면서 강의를 이어갔다.

#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방법은 ‘소통’

김 교수는 논의의 출발을 ‘사람은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명제를 통해, 이른바 ‘존재철학’에서 찾았다. 사람의 존재철학적 본성은 ‘정체성의 실현’이라는 것.

그에 따르면, 사람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서 하려고 하며, 자기를 대상화해 평가하고 거듭 생각하는 존재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다움을 완성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든지 관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부부,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직장 동료 등 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결국 모든 존재가 ‘나’와 ‘나 아닌 것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립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증법적 관계의 본질은 대립이 아닌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 신체적·정신적 활동도 정체성의 실현

사람은 물질적인 존재인 동시에 정신적인 존재이며, 또한 영적인 존재이다. 이를 역사적으로 진화한 철학적 자각인 ‘통화적 다원론’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통화(統和)’의 실천은 곧 ‘융합’을 의미한다. 한국적 사유 방식으로는 ‘비빔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섞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실현하는 모습이다.

생명활동의 측면에서 몸의 개체성을 유지하려는 것은 본능이다. 사람은 호흡, 음식물 섭취, 기후 적응 등의 활동을 의식적으로 한다. 도구를 만들거나, ‘발→자전거→자동차’의 경우와 같이 몸의 기관을 몸 밖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개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정체성 실현의 기본으로 볼 수 있다.

정신적 영역의 개체성 유지는 본능적인 부분과 함께 의식적인 부분이 있다. ‘마음의 해부학’에 따르면, 본성적인 영성(성품)과 더불어 논리학이 기초가 되는 이성, 미학이 기초가 돼 미추감(美醜感)과 칠정(七情)을 받아들이는 감성, 윤리학이 기초가 되는 도덕성, 행동하는 능력인 의지, 이를 알고 이해하는 식(識)으로 구성돼 있다.

# 새 인문주의 시대의 감성소통

이성의 집중적 자각이 이뤄졌던 계몽주의 시대와 감성이 중시됐던 로망주의 시대를 지나 현대는 이성, 감성, 도덕성, 의지의 전면적 자각이 이뤄지는 새 인문주의 시대이다. 개별화의 욕구가 높은 단계로 진화하는 이 시대에는 감성소통의 의미가 중요시된다.

감성소통은 논리나 윤리적 규범이 아니라, 미추감(美醜感)과 칠정(七情)을 자극하는 매체를 이용해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소통의 당사자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설득이 아니라 느낌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질문이나 문제의식을 전달한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식사나 산책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오늘날 촛불시위를 통한 의사전달이나, 문자 대신 사용하는 이모티콘 등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감성소통으로 이른 ‘공감’은 감성주파가 일치하는 상태이다.

# 깊이 있지만 어렵지 않아, 알찬 경험

강의 내내 강사를 주시하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전미정(37) 씨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그는 “원래 ‘소통’에 관심이 많았어요. 인문학도 물론이구요. 처음부터 강의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시간이 맞지 않아 이제야 처음 강의를 듣게 됐네요”라고 수강 계기를 밝혔다.

이어 “지금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주로 청소년 활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방법론적 측면에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얻어가는 것 같아 알차고 보람돼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아울러 “이후에도 계속 시간이 허락된다면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듣겠다”고 다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