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것에 비해 한 낮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 야외활동하기 그만인 날씨다. 큰 일교차로 옷차림에 신경써야하지만 높아진 하늘에 절로 미소가 이는 계절이다.
이렇게 가을 날씨를 한껏 즐길만한 장소로 공원만한 곳이 어디　또 있을까? 익산에는 영등시민공원, 중앙체육공원, 배산체육공원 등 많은 공원들이 있어 시민들에게 휴식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 중 얼마 전 익산서동축제의 본 무대가 됐고, 지금 시기에 딱 맞는 ‘서동공원’에 다녀왔다.
금마면에 자리 잡은 서동공원은 2004년 조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서동공원이라 불리며 도심지역과 떨어진 탓에 주말을 제외하면 이용객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쾌적하게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수많은 조각들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조격이 조화를 이루는 서동공원. 평일 오후에 방문한 서동공원은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어울려 평온과 느긋함이 가득했다. 점심식사 후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들과 한쪽 벤치에 자리잡고 아기자기한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도 있었다.

서동공원에 한 번이라도 와 본 사람이라면 많은 조각품들과 공원의 중앙에 근엄한 무왕의 동상이 있는 공원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가을과 잘 어울리는 공원으로 서동공원을 뽑은 까닭은 바로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공원이기 때문이다.

한가로운 평일 오후. 가을의 눈부신 햇살과 조용히 울려 퍼지는 라디오 소리가 절묘하다.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가 ‘현실은 주인공이 다른 200편의 드라마와 같다’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각 작품 사이를 걷는 것은 어떤 예능보다 재밌고 다큐멘터리보다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서동공원에는 오직 라디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공원이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갖고 있으며, 익산의 신석기 토기 문화 전시관인 마한관과 용화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까지 갖추고 있어 넘치면 모를까 모자라지 않는 명소가 아닐까 싶다.

또 서동공원은 금마저수지와 인접해 있어 서동공원의 정자인 ‘서동정’에서 이를 조망 할 수 있는데, 탁 트인 저수지의 풍경은 답답한 일이 있는 이들에게 말없이 다가와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탁 트이게 만드는 훌륭한 위로가 돼주기도 한다.

고은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