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행복한 도시, 익산’이라는 비전 아래 그간 수많은 사업들을 추진해 온 지역의 대표적 문화정책기구인 (재)익산문화재단(이사장 박경철)의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지역문화 창조를 위한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0일 오후 2시 모현도서관 지하 세미나실에서 ‘익산문화재단 5년,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개최된 ‘제13회 익산문화포럼 공감’에서는 익산문화재단 이태호 문화예술사무국장을 비롯해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언론학부 서휘석 교수,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김동영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맡고 춘천시문화재단 강승진 정책기획팀장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유적학과 이도학 교수,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박종대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문화재단의 지난 5년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문화예술 그리고 지역의 문화 환경 속에서 앞으로 재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민과 지역에 묻고 듣는 열린 토론의 장으로 진행됐다.

◇ 무엇보다 중요한 자율성·독립성 확보

시민의 자율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익산의 문화예술진흥을 추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지난 2009년 출범한 (재)익산문화재단은, 익산의 문화르네상스를 꿈꾸며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 구축 및 지원에 힘써왔다.

지난 5년간 익산문화재단이 걸어온 길에서 발현된 수많은 성과, 그 중에서도 특히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쌓아온 정책개발과 연구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기본 토양을 조성한 점은 가장 큰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예술 지표조사를 비롯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문화정책 분야의 다양한 연구는 말 그대로 익산의 지역문화예술 분야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있는 상태다. ▲민간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시 출연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자율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의 취약 ▲부족한 예산 탓에 울며 겨자먹기식 선별적 사업추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문화재단을 설립할 당시의 계획은 일단 시가 출연금을 내 운영하되 일부를 적립하면서 사업추진의 독립성을 갖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문화재단은 운영비 및 인건비보다 적은 사업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재단 적립금 확보는 요원한 상태다.

실제 올해 예산을 보면, 운영비는 5억6,000만원인데 비해 사업비는 3억3,500만원에 불과하다. 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예산 탓에 공모사업이나 위탁사업에 기대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문화재단 설립의 근본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문화재단 운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결국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각종 사업추진과 운영에 있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과부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1국 3팀의 체계에 정원이 25명이지만, 현재 가용인원은 10내외에 불과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더욱이 문화예술 분야의 정책개발 등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주된 업무인 이들이 인력부족으로 인해 각종 행사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춘천시문화재단 강승진 정책기획팀장은 “예산이 확보된 단위사업 중심의 나열이 아니라 재단의 목표와 정책방향에 맞게 재 정렬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재단의 역할 관점에 맞게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카테고리와 매트릭스 구조로 사업을 연계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변화하는 지역문화 환경과 시민들의 문화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역사문화재단 충분한 논의과정 필요

오늘날은 이른바 지역문화재단의 역량이 지역문화발전의 가능성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 2020’ 초안을 살펴보면 지역문화 관련 예산의 약 40%가 지역문화재단과 직접적으로, 60%가 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재단이 스스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그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언론학부 서휘석 교수는 익산지역의 문화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문화재단 기능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익산 예술의 전당 개관이나 백제고도르네상스 프로젝트의 국정과제 편성,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박물관 승격 논의 등 익산지역의 문화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적 욕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익산과 유사하게 고도보존도시로 지정된 경주와 부여의 문화재단 비교분석을 통해 익산문화재단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그에 따르면 익산의 경우에는 주로 시민이나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지원 사업에 중점을 둔 반면, 경주의 경우에는 예술의 전당과 시립예술단 운영에 중점을 뒀다. 부여군은 재단의 명칭부터 다른 문화재단과는 달리 백제고도문화재단으로 명명해 재단 설립의 목적을 분명히 했고, 매장 문화재 조사, 고도보존사업 그리고 문화시설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그는 “다른 지역이 갖고 있지 못한 많은 백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익산시가 시정 슬로건을 이천년 역사문화도시로 내걸었으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조직이 마땅치 않다”면서 “익산문화재단이 민선6기 익산시가 지향하는 역사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 및 연구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에 시민과 지역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에만 매달리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고, 문화 환경 변화가 요구하는 기능을 유연하고 적절하게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김동영 부연구위원은 지역대표문화재단으로 고유 업무영역 설정과 창조적 네트워크 형성, 전북문화관광재단(2016년 3월 설립 예정)과의 연계 등을 강조하며 ▲익산문화재단의 고유한 브랜드사업으로 문화예술과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대표적 공유가치적 사업프로젝트 발굴하고 ▲사업소가 아니라 기업·정부·예술가·시민을 연계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관광사업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박종대 의원은 “지난 2014년 말 익산문화재단에 역사문화팀을 신설해 역사고도 학술연구와 문화콘텐츠 개발 및 상품화 업무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의회에 상정된 바 있지만, 문화재단의 설립취지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결됐다”면서 “전국 56개의 문화재단(광역 10, 기초 46)의 경우를 보더라도 문화예술진흥과 관련 시설관리를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고 역사문화 관련 업무를 추진하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년간의 노력과 성과를 토대로 익산문화재단을 살펴보면 현재 익산의 문화진흥이라는 조직의 원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 겨우 걸음마를 떼고 있는 진입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러한 시점에서 역사라는 새로운 커다란 목표를 추가해 짐을 지우는 것은 역사문화재단의 존망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익산문화재단 이태호 문화예술사무국장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익산문화재단의 주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역사고도와 관련 시청 역사문화재과나 마한백제문화연구소 등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협의와 심도 있는 논의 그리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