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 서로 나누며 동질감 불어넣어
“저는 ‘우리 사이 좋습니다’라는 문구를 좋아합니다. 사실 좋다는 게 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나 너만 좋은 게 아니라 나와 너의 틈새가 좋을 때 서로를 이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달과 지구 사이에 서로의 인력으로 오랜 기간 서로 바라보는 관계처럼요.” 지금 이 순간, 익산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익산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기억하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가지고 주위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시민들이 직접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함께 예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소중한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오전 10시부터 3일 오후 7시까지 이틀 동안 익산역 동편로비에서는 300명의 익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초상화 프로젝트 전시회가 열렸다. ‘익산, 보이지 않는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이 특별 프로젝트는, 익산문화재단의 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해 문화예술의거리 ‘E127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박찬국 작가의 아이디어. 그는 엉뚱하지만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영정통 문화예술의 거리에 직접 만든 달을 띄워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갈수록 슬럼화 되고 있는 거리에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눈앞에 직접 만질 수 있는 커다랗게 뜬 달로 인해 삼삼오오 가족 단위나 유모차 부대의 발길이 이어졌고, 연인이나 또래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도 줄을 이었다. 달을 배경으로 맥주 한잔의 여유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달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다들 영정통 주민들인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무료 초상화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 취지다. 한 젊은 작가의 당찬 아이디어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이날 전시 이후에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동질감을 많은 이들에게 전했다. 이러한 모습은 다시 전파를 타고 지금도 퍼져나가고 있다. 그는 이번 익산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오히려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한 분 한 분 그림을 드릴 때마다 그분들을 만났던 때가 기억이 나고, 오셔서들 밝은 모습으로 받아 가실 때 저 역시 앞으로 작품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그다. 그가 역설하는 예술의 역할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실제 쓸모없는 무언가를 만나지만 예술을 통해 서로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생판 몰랐던 사람도 오래 알았던 양 동질감을 가지게 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게 박 작가의 생각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은 박찬국 작가는 “돈이 목적이 된 이 시대에 허상의 가치가 사람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만들어 가겠지만, 소소하고 대단치 않은 이 초상화가 잠시나마 여러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가 되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