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이 아니라.. 아이디어·기획·꾸준함이 관건
익산의 문화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부와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펼치되, 관 주도가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0일 좋은정치시민넷(대표 손문선)이 ‘익산, 반년간의 여정, 기억’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강연회에서 강사로 나선 박찬국 작가는 “익산 자체에 대해 기억을 남기는 교육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50대 이상은 여행이나 관광을 위해 대부분 외부로 나간다. 30~40대는 돈 버느라 바쁘다. 20~30대는 대도시나 전주·군산으로 놀러 간다”면서 “학교에서 익산의 문화유산에 대해 부모와 학생이 함께 체험하는 것을 숙제로 내는 등 익산에 남은 주부와 아이들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익산시가 문화유산을 홍보하고 관광활성화를 꾀한다는데,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것 같다”면서 “부모 동반 문화체험 숙제를 위해 시청과 교육청이 협의를 해서 익산역에서 출발하는 투어를 만들고, 역사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을 해설사로 활용하면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박 작가는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익산문화재단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해 공공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00명의 익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초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영정통 문화예술의 거리에 직접 만든 8m짜리 거대 달을 띄워 활력을 불어넣는 등 엉뚱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는 젊은 작가다. “사실 예술이라는 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이야기꾼은 중요한 존재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삶을 살다보니까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는데, 작가는 일상생활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을 다채롭게 꾸며주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을 신화화하거나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칭하는 그는, 목천포 만경강 뚝방을 거닐며 하늘의 별과 달을 보고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 국민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타 지역에서 작업을 해왔기에, 자신처럼 과거 익산의 기억을 가진 이들이 옛 익산의 기억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몸소 실천해 왔다. 하지만 익산에 와서 처음 영정통 주민들을 만났을 때는 말 한마디 건네기조차 쉽지 않았다. 작가라고 하면 고성방가, 술이나 먹고, 쓰레기 같은 것을 가지고 작품이라고 하는 부류로 생각하는 색안경 때문이었다. 공방 정도만 있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공간이 거의 없는 문화예술의 거리도 충격이었다. 나름 SNS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익산문화재단이나 레지던시, 문화예술의 거리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낮았다. 특히 영정통은 유동인구가 없어 밤에 사람을 만나면 무서울 정도였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문화예술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까 그런 인식이 있는 것 같았고, 이런 상황에서 작가의 생각만 가지고 고집을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무료 초상화 이벤트나 달 프로젝트 모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들이 영정통에 발걸음을 하게하고 지금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는 홍보플랫폼의 부재나 행정의 의지 부족을 지적하며 새로운 콘텐츠와 정기적인 기획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업을 하는데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행정에서는 조금씩 도움을 줘야 하는데, 행정이 주도하고 시민이 따라가다 보니까 잘 안 된다.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다 보니까 잘 참여를 할 수도 없다”면서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획, 꾸준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