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와 해석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마음의 근육 키워야

인문학적 소양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의 도서관 인문학이 제2섹션을 시작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시민인문강좌는 지난해 8회에 걸친 제1섹션 ‘소통의 인문 공간’에 이어 지난 19일 제2섹션 ‘치유의 인문 공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첫 강좌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연구촐괄책임을 맡고 있는 원광대학교 강연호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익산시 전체를 인문학 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 하루 종일 휴대폰만 만지작

이날 ‘니체와 고통의 치유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에 나선 원광대학교 철학과 김정현 교수는 “니체에 관한 많은 이야기 중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대변되는 니체는 저서 ‘도덕의 계보’를 통해 인간의 삶의 고통과 의미 문제를 연결시키면서 고통의 무의미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통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것.

니체에 따르면 인간의 질병 가운데 가장 큰 질병은 자신의 삶의 고통에 대한 이유를 모르는 것, 즉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고통이다. 이 고통으로 인한 미성숙한 정신적 태도나 자기 부정, 공격적인 태도는 특히 세속적 물신주의에 찌든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인 질병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이에 대해 루카치는 인간이 물질처럼 다뤄짐으로써 인간소외현상이 일어난다고 비판했고, 마르쿠제는 현대인이 아무런 성찰 없이 도구적인 사유만으로 배려 없는 삶을 살아간다고 비판했다. 프롬 역시 현대인이 차나 집 등 소비와 소유를 판단기준으로 삼아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봤으며, 프랑클은 사회 속에서 누구 하나 믿을 사람 없이 단절돼 심지어는 가족간의 소통도 깨져 실존적 공허감이 만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알콜 중독이나 도박, 컴퓨터 중독뿐만 아니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하루 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요즘 모습들이 바로 이러한 문제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때 나타나는 우울증, 공격성, 중독성, 의존성, 피로감, 인간관계의 위기 등은 특히 현대에 많이 나타나는 정신인적 질병의 증후들이며, 삶의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스스로에게 자꾸 되물어야

니체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곳에 싸움이 있다고 말한다. 갈등과 다툼의 연속이 바로 일상인 것.

김 교수는 “그 속에서도 어떤 이는 인성을 꽃피우며 성장하는 반면, 어떤 이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관계 속에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거나 자기의 틀만을 고집하고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후자의 경우 사람들은 삶의 문제의 원인이 항상 타인에게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살아간다. 자신의 고통과 불만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극복하려 하지 않고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는 병자의 부정적인 생존법이다.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고 책임질 수 있는 죄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나 현재의 내장을 파헤치고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그 상처를 만지작거리면서 더욱 큰 상처로 만든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는 마음의 훈련과 연습, 반복을 강조했다. 그는 “이게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지 자신에게 자꾸 되물어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만 하고 실제로는 한 번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이것이 바로 인문학 훈련이고, 나를 살리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니체는 우리의 감정, 인식, 의지활동은 근본적으로 그 활동에 대한 반성적 활동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가치판단이 있으며 동시에 삶의 해석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사람은 비웃는 사람과 다투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조롱거리가 없는지를 살펴보며 어떤 사람은 우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색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세상이 유쾌하고 밝게 됐다고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이때 문제는 어떤 사건이나 사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나 해석이다. 분노나 다툼으로 그것을 처리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성찰이나 약진의 계기로 삼는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자 가치평가적 해석에 달려있는 것이다.

니체는 모든 인식을 끝없는 창조 보기 때문에 삶을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인식 대신에 삶을 긍정하는 인식을 가질 것을 권한다. 창조적 사고는 세계라는 텍스트에서 삶의 의미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원작,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Rashmon(나생문, 1950)을 추천하며, “마음의 훈련이 잘 돼있는 사람은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키워내는 방향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