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명예욕, 권력욕, 재물욕 버려야

장소를 바꿔 부송도서관에서 마련된 도서관 인문학, 그 다섯 번째 시간을 찾았다.
지난 주 북 콘서트에 이어 ‘도가의 마음과 자유’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마련한 원광대학교 철학과 김학권 교수는 현대 급변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건네며 설명했다.

◈ 삶을 주도할 수 있는 마음가짐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시대의 물질문명이 가져온 폐단은 크게 대량생산·소비에 따른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이며 이로 인해 인간성의 상실과 욕망의 노예화, 인간 소외에 따른 사회적 병폐 등이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삶의 터전과 마당이 망가져, 그 위에 살고 있는 우리도 자아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자기 망실의 상황에 빠져 있다”며 “사람과 사회, 대상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눈 사이에도 대부분 안경이나 렌즈가 사이에 들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어, 오히려 정작 중요한 눈이나 대상보다 안경이 더 중요해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맹자의 말을 빌려 “잃어버린 개나 돼지는 그렇게 찾으려고 애를 쓰지만, 정작 중요한 스스로의 마음은 잃어버려도 찾지 않는다”며 “욕구 충족을 위해 자연적 속성을 저버리고 세속적·물질적 가치에 속박된 삶을 비판하는 도가의 정신이 현대문명의 문제점과 주체적 삶에 대한 성찰에 좋은 안내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불변적 공간성을 중시하는 서양의 경우와는 달리,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에 논의의 초점을 두고 있는 동양의 경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 변화 속에서 삶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진정 인간다움을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 초탈의 경지 ‘그냥’

노자와 장자로 대변되는 도가 사상의 핵심개념은 ‘도(道)’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도는 철학적으로 시공을 초월한 절대성, 영원불변을 의미한다”며 “노자는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불변한 도가 아니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불변한 이름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도(道)’라고 지칭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가의 핵심개념과 전개에 대해서는 양주의 은둔 방법, 노자의 소박한 자연의 삶, 장자의 탈속적 소요유의 단계로 설명했다.
털 하나로 천하를 이롭게 하더라도 뽑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양주는 은자들이 물질을 가볍게 보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경물중생’ 사상을 중시해 명예욕이나 권력욕, 재물욕을 가벼이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자는 모든 개념의 상위에 도를 최고의 개념으로 제시하고, 도에 따르는 무위자연의 참된 삶을 주장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이나 선함은 절대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가치에 불과한 것이며 공명, 보화, 현혹이 사회적 병폐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 가지 세속적 가치이고 인간 세상의 많은 다툼은 이 세 가지를 추구하는 인간의 공명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자는 나와 남이 대립해 다투며 시비논쟁을 벌이게 되는 정(情)에 의한 인식을 지양하고 전체를 통관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재(마음의 재계), 전심일지(심지를 오롯이 함), 좌망(세상을 잊음)을 통해 도의 경지에 진입하는 ‘물아양망’의 상태가 되면 대립된 경계를 잃어버리고 초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어찌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운명에 따라 순응하는 것은 덕의 지극함”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영위하는 ‘달관’을 중시하고, 주관적 견해를 버리고 본래 마음의 영명성을 회복해 세속의 온갖 구속에서 벗어나 정신적 소요(자유정신)를 향유하려는 것이 이상적 삶의 경지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도가 사상이 가지는 현대적 의의에 대해 “물질적 가치에 매몰되지 않은 주체적 삶을 강조하고, 단편적이지 않고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며, 다원화의 시대에 걸맞게 모든 사물의 성질을 조화시키는 화해적 세계관을 제시했다”면서 “정체성을 상실한 채 방황하고 있는 우리에게 참된 삶의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고전”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